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을 때 내가 가장 자주 갔던 곳은 다음카페의 '냥이네'라는 곳이었다.  그곳에 가면 세상 모든 고양이들을 볼 수 있는 것 같았다.  회원들의 게시글을 읽는 것이 취미가 되다보니 자연스럽게 애묘인들이 자주 쓰는 말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누가 처음에 그런 얘기를 썼는지 모르지만 정말 기가막히게 모든 말들이 상황에 딱 들어 맞았다.  이 책에서도 짧막하게 소개해 두었는데 나는 특히 '꾹꾹이'와 '찹쌀떡'을 좋아한다.  보송보송 고양이 발은 정말 만지지 않고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생각이라 나는 그 찹쌀떡을 아주아주 사랑한다.  고양이 안마라고 불리는 꾹꾹이는 한 번 받아보는 것이 소원이다.  회원들이 직접 작성하는 글 외에 고양이에 대한 펌글도 자주 보았었는데 가장 사랑받았던 연재는 바로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였다.  그녀의 손길을 거치게 되면 고양이에 대한 어떤 지식도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또 고양이와 함께하는 재미있는 일상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미처 몰랐던 고양이에 대한 상식이나 TNR(중성화 수술),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잇어서 더욱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그녀의 연재를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 사이즈의 책으로 만나 볼 수 있다니 정말 그녀의 대단한 고양이 사랑이 낳은 결과인 것만 같다.

고양이와의 동거를 희망했던 나의 소망은 결혼과 함께 물거품이 되었다.  남편은 털달린 동물, 특히 고양이를 정말 싫어하고 동물이 집 안에 함께 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애완동물이 사람과 어떻게 같냐고 하면서 애묘인들 사이에서 쓰이는 고양이 입양, 파양 등과 같은 단어도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고양이카페에서 자주 보는 냥이들의 모습과 필냉이의 고양이 일기를 함께 보며 고양이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다고 했다.  뭐 여전히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사는 것은 반대하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대 놓고 싫어하지는 않는 것 같다.  결혼 후 처음으로 맞았던 생일 날 고양이 털신을 사준것을 보면 반쯤 허락한 것이라는 착각마저 든다.  또 아이를 낳아보니 미리 고양이와 동거해보지 못한 것이 많은 후회가 되었다.  아직 자아가 생기지 않은 아이는 고양이를 기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엄마가 되는 길은 득도의 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갓 태어난 아이는 천사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하루종일 같이 있다보면 별의별 일들이 다 생기니까 말이다.  부모의 보살핌이 절대로 필요하지만 부모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는 점도 비슷하다.  아마도 냥이를 기르는 사람들은 자식을 기르는 사람들과 비슷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책은 내가 한참 그녀의 연재를 열독하던 때의 금봉이와 순대 외에 다른 업둥이들 이야기와 그 후 다시 입양한 홍단이까지 자신과 반려인이 된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사진과 그녀만의 재미있는 캐릭터로 꾸며져 있다.  카페에서도 그녀의 고양이에 대한 카툰을 읽으며 때때로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울음이 터지기도 했었는데 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책이 도착하자마자 한달음에 읽고나서 슬며시 남편 공부방에 가져다 놓았는데 활자가 많은 책을 읽기 싫어하는 남편이 이 책을 통해 고양이와 친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내가 아는 모든 이들은 필냉이의 금봉이와 순대를 너무너무 좋아했으니까 남편도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설마 금봉이와 순대가 숫컷이라 질투를 하는 것은 아니겠지?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분들이나 고양이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가지고 계신 분,  그리고 고양이를 키우고 계신 분들까지 모두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