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NLP에 대한 개념을 처음 접했던 책은 스티브 안드레아스.찰스 폴크너가 지은 <NLP, 무한성취의 법칙>을 통해서였다.  직장 3년차.  매너리즘이라는 덧에 빠져있었을 때 이 책은 내게 마법처럼 느껴지는 여러가지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당시 나는 어떤 일에도 흥미가 생기지 않을만큼 지리멸렬한 삶에 실증이 나있을 때였기에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생각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책 속에서 소개하는 NLP법칙은 내게 이미지 훈련하는 방법에 대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가져다 주었다.  그 때의 방법들이 전부 내것이 되었다고 하기는 힘들겠지만 그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이전과는 조금 달라져있음을 몸소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NLP란 (Neuro-Linguistic Programming) 신경-언어 프로그래밍의 약자로 나의 정신적인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시킴으로써 생각이나 느낌 행동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의 생각은 근육에 들어가는 힘이나 호흡, 느낌 등에 영향을 미치고 근육이 주는 힘, 호흡 느낌은 다시 생각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어느 한 쪽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다른 한 쪽도 변화시킬 수 있다.  저자는 뇌를 활용해서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무의식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내가 마음 속에 그토록 바라고 생각하는 것이 꿈 아닐까? 내가 생각한대로  모두 실천할 수 있다는 NLP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최상의 도구다.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심리학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의 근원을 찾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제적인 대안을 제시해 주지는 못했다.  NLP의 창시자인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밴들러는 심리의 근원을 안다는 것이 인간을 변화시키는 것과는 별개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저술하였다.  그래서 제목도 <꿈의 해석>이 아닌 <꿈의 실현>이다!  우리가 기계를 사용하기 위해서 사용설명서를 먼저 살펴보듯 우리의 마음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 속 정신적 도구들을 살펴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NLP의 핵심이다.  저자는 우리 마음 속 정신적 도구들로 하위감각양식과 시간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설명한다.  

하위감각양식(submodalities)이란 이미지, 소리, 느낌의 다양한 특징들을 말한다.  이러한 감정들은 항상 어딘가를 향해 특정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각각의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감정의 흐름들을 읽게 되면 감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또다른 도구인 시간선은 시간을 코드화하는 개인들의 능력을 말하며 시간을 표상화하는 방식을 인식하면 시간에 대해서 느끼는 방식을 변화시키기가 쉬워진다.  이런 도구들의 사용법을 잘 익히면 나도 전문가들처럼 나를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의 신념을 변화시켜야 한다.  신념이란 자신이 갖고 있는 어떤 생각에 대한 확신감을 말한다.   저자는 신념에 대한 개념의 이해를 돕기위해 '내일은 해가 뜬다'라는 확실한 감정과 반응하는 나의 신체적 변화와 다른 불확실한 감정에 반응하는 나의 신체적 변화를 세부적으로 기록하도록 여러가지 항목들을 나열해 놓았다.  각각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 기록된 나의 신체적 변화들을 관찰하면  확실한 감정이 생기기 위해 나의 신체를 어떻게 프로그래밍 해야할지 답이 나온다.  물론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책 속에 나열된 항목들을 실제로 채우다 보면 자신의 감정이 갖는 구체적인 모습을 만나게 된다.  실제로 빈칸을 채워 본 독자라면 감정이 이렇게 구체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흥분할 것이다.

이 책은 NLP의 핵심도구와 실전문제풀이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손쉽게 NLP를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사실 이전 책에서는 NLP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였었기 때문에 단시간에 이 책을 겪게 된 변화는 실로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실전문제풀이에 대한 요약글에 등장하는 '하위감각양식 아래로 넣는다'와 같은 표현이 아무 문제없이 다가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신적 도구들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NLP법칙은 쉽고 간단하지만 일생동안 그런 법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이 새로운 법칙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과 시간이 필요하다.  친절하게도 책 속에서는 여러가지 예시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감정의 실체를 속속들이 파해칠 수 있도록 각 장마다 감정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었다.  다소 얇은 책의 두께에 비해 상당부분이 그런 감정에 대해 기록하는 곳으로 채워져 있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연습문제를 풀다보니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나의 감정들을 체계화 할 수 있어 유용한 부분이었다.  이 책은 영어회화 포켓북처럼 철저히 실전용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이 책대로 자신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채득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까지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신의 피조물에 불과한 불완전한 인간이 다른 개체의 지배와 통제를 넘어 자기 스스로까지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기계처럼 프로그래밍 된 삶을 살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이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공통적으로 느꼈던 바이기도 하다.  다친 마음을 프로그래밍해서 완전히 다치기 이전의 마음이 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매번 나의 신념은 인간은 불완전하다라는 쪽으로 기울어 확실한 신념이 생기기 않는다.  이런 기분이 들 때에는 이런 마음을 거짓말의 하위감각양식에 넣어두고 그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야한다.

이 모든 불확실한 감정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는 삶의 주인자리를 다시 되찾기 위해서다.  내 삶을 나조차도 어쩔수 없다면 산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자신을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은 주저없이 저자가 설명하는 NLP의 세계에 동참하길 바란다.  이전에 읽었던 책으로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여전히 확실한 신념을 갖지 못한 나는 이 책을 통해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