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과 잔디밭 그리고 조그만 연못 위에 돌아가는 작은 물레방아... 도시 사람들이 꿈꾸는 전원주택의 이상적인 모습은 이런 이미지일 것이다.  나는 그런 곳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상상하는 것 만큼 집에 잔디와 정원이 있다는 것이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곤충들 때문이다.  잔디가 깔린 곳에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개미는 물론 그리마, 공벌레 심지어는 지네까지... 해괴한 곤충들과 잠자리를 같이 한다는 사실은 정말 끔찍했다.  나는 무늬가 예쁜 나비도 곤충이라는 이름으로 싫어한다!   곤충을 싫어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지만 이 책을 선택해서 읽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아이 때문이다.  부모의 편협한 시각 때문에 내 아이가 경험해보지도 않은 세계에 대해 나와 같은 시선을 가질까 걱정스러웠다.  무엇이든 호기심으로 넘쳐나야 할 시기에 어느 부분만 마음의 문이 닫혀진다면 아이의 호기심도 그 지점에서 멈출 것 같다는 위기의식까지 더해져 이 책을 꼭 보여줘야겠다는 동기는 순식간에 성립되었다.

 

 

우선 책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전국 초등학교를 순회하며 그곳에서 만난 곤충들을 모았다는 노력도 높이 평가할 만한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이 집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곳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는 것에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학생은 없을 듯 싶다.  우리 어릴적 초등학교에서도 보았던 이순신 장군 동상, 이승복 소년 동상에도 곤충들이 산다고 한다면 어른들인 우리도 호기심이 발동하지 않을까?  거기에 책 크기도 백과사전처럼 크고, 전문 사진기사가 찍은 것 같은 정교한 사진 속 곤충들은 패션모델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곤충이라면 소름부터 돋아나기에 아이들이 보는 자연관찰책도 곤충편은 보지 못할 정도로 곤충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는 것을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그런 내가 사진을 맘 편히 감상할 정도라면 흰 도화지 같은 아이들의 눈에는 곤충들이 마냥 신기하게만 느껴질 것 같다.  아직 한참 어린아이인 내 아이는 늘 엄마와 함께 책을 읽어야 하기에 내 눈에도 만족스러워야 아이와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을거라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싶다.

 

아이와 함께 읽다보니 나도 모르던 사실이 있어 한가지 소개한다.  이미 서두에서도 잠깐 밝힌 공벌레, 지네, 그리마와 같은 종류는 곤충이 아니란다.  곤충은 절지동물에 속하면서 곤충강에 속하는 동물을 말하는데 다리가 여섯 개 달려 있고 날개를 두쌍 가지고 있으며, 머리와 가슴 배로 뚜렷이 몸이 나누어 지는 것들만 곤충류에 속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미도 곤충이 아니다!  내가 싫어하던 것들이 곤충이 아니라니 지금까지 곤충이라는 이유로 이유없이 미움받았던 진짜 곤충들은 좀 억울한 면이 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는 것이 약이었던 시대는 지났다.  역시 아는것이 힘이다.

 

아직 두 돌도 안된 내 아이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보는 책들에도 곧잘 관심을 보인다.  특히 그림이 실려있는 미술책이나 사진이 많은 책, 그중에서도 자신과 같은 아이들이 많이 등장하는 책들을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임신.출산책이나 이유식책은 엄마인 나보다 더 많이 자주 보는데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점이 바로 그 점이다.  곤충 사진들만 줄줄이 나열해 놓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숨쉬고 있는 사진들이 정말 많았다.  그것도 모두 호기심이 가득 담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곤충들을 바라보고 있다.  그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그 아이들과 같이 곤충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니 내 아이도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책을 보지 않았을까?  주변 아줌마들은 한결같이 두 돌 즈음에 자연관찰책을 들여줘야 한다고 하지만 60~70권짜리 자연관찰책을 들여줘도 아이가 보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백과사전식 자연관찰책들은 아이들이 궁금하기도 전에 이미 여러 사실들을 나열함으로써 재미를 반감시킨다.  차라리 주변에서 손쉽게 보는 것이라도 아이가 관심을 보일 때 함께 자세히 찾아보는 것이 더 좋은 학습이 된다고 생각한다.   백과사전식 설명들을 자제하고 적당한 글밥을 유지해 아이들이 자신만의 호기심을 가지도록 배려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다.  이미 호기심이라고는 바닥을 치는 아줌마인 나도 궁금한 것이 생길 정도였으니까.  이 책으로 아이가 엄마처럼 곤충을 싫어하지 않고 호기심을 유지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다.  아이 스스로 공부하기를 원하는 곤충도감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책을 지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