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레스토랑을 즐겨 찾지 않기에 그녀의 숨겨진 레시피는 일단 접어두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소설가로 대성공한 그녀가 '요리하는 신경숙'으로 살며 맛보았던 소소한 일상사다.  나는 같은 여자로서 책을 읽는 내내 질투의 시선을 거두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이제 막 문을 열어 손님이 별로 없던 때에도 발 동동 구르며 손님을 찾아 나서지 않았던 것도 있는 사람들만이 부릴 수 있는 호기와 사치라 여겼고, 여느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작가들처럼 요리에는 젬뱅이면서 고급스러운 입맛만 가지고 요리집까지 냈을거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그녀의 문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온기가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것까지는 어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요리를 잘한다기 보다는 음식 고유의 맛을 전하러 애쓴다는 그녀의 말처럼 recipe에서는 음식의 향기보다 사람의 향기가 느껴진다. 

원래 요리를 못하기도 하지만 한식만을 고집하느라 다른요리에는 관심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한식 상차림은 재료 준비에서부터 조리까지 정말 사람 손이 많이 가고 모두 한꺼번에 상위에 올려 내는 음식들이라 집에서 손님 한번 치르려면 고민이 많이 된다.  고든램지의 헬's키친을 보니 양식역시 대량 주문을 받으면 촌각을 다투는 살벌한 작업이라 양식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한식에 비해 에피타이저 - 스프 - 샐러드 - 메인디시 - 디저트 가 차례로 등장하기에 시간적 여유를 좀 부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만의 recipe 이야기는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식순으로 나온다.  recipe를 열기위해 장소를 찾고 집을 개조하고 손님을 맞기까지의 다소 소란스럽고 흥분에 들뜬 분위기는 에피타이저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실제 에피타이저로 인기 있던 메뉴들의 레시피도 보조를 맞춰 함께 등장한다.  곧이어 살짝 입맛을 끌어당기는 스프와 샐러드처럼 소소한 일상들의 모습들이 잔잔히 펼쳐진다.  장사꾼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는 않지만 가게를 운영하다보면 꼭 만나게 되는 굵진한 사건들과 소중한 인연들은 식순의 메인디시처럼 등장하며 식사의 절정에 다다랐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나오는 달콤한 디저트 레시피들은 이제 막바지에 가까워진 책의 아쉬움을 조금 덜어내어 준다. 

소설책으로 유명한 그녀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이 책의 저자가 그녀일 것이라는 사실이 전혀 예상되지 않은, 오롯이 '요리하는'여자 신경숙의 이야기.  글을 잘쓰는 사람이라 기승전결이 있는 양식의 스토리는 누구 못지 않게 잘 표현했을 것 같다.  전업맘이면서도 전혀 요리에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그저 질투의 시선으로밖에는 쳐다볼 수 없는 그녀의 이야기지만 <효자동 레시피> 속 그녀의 이야기는 그런 질투마저도 책 속으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달걀로 만든 음식은 어머니의 품 속처럼 부드럽고 따뜻하다는 그녀.  이제 진짜 엄마가 되기 위해 recipe는 긴 방학에 접어들어 그녀가 손수 만들어 주는 음식을 맛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그녀는 지금이 자신의 인생에 메인디시라고 생각할 것이다.  엄마가 되면 느낄 수 있는 가장 커다란 행복, 내가 만들어 준 음식을 오물오물 먹어주는 아이의 모습을 가슴졸여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음식으로 전해지는 소소한 행복들.  나도 그녀의 레시피를 따라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식을 만들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