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블링
제목이 일단 호기심을 자극했다.
블링블링한 남자를 사수하라!
29살. 확 다가오는 나이이기에 이 책을 나도 모르게 읽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해가 가면 누구나 나이를 먹게 되는 것이지만, 29살과 30살은 어감이나 느낌이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아직은 20대, 20대의 마지막을 즐기자 하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아직 접하지 않은 29살의 이야기를 미리 접하고 싶었다.

골드 미스 3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직업도 화려하고 부와 경제적 능력도 탁월하다.

마놀릭 블라닉 구두, 베라왕 드레스와 티아라 이런 말을 듣고 있자니,
시즌 5까지 이어졌던 섹스 앤 더 시티에서와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면 나오는
캐리가 열광하는 마놀로블라닉 구두와 캐리가 자신의 결혼식에서 입으려고 했던 베라왕 드레스와 티아라
그런 것이 떠오르는 것이 우리의 작가우리의 작가 정수현님이 섹스 앤 더 시티를 너무 재미있게 또 즐겨 본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평소 즐겨보던 위기의 주부들, 가쉽걸 등이 나오니 더 반갑기는 했다.

한국판 칙릿 소설은 처음 접해 보았다.
한 때 열광적으로 보았던 쇼퍼홀릭을 빼면 칙릿 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에 접한 것이 이번이 두번째 인 듯하다.
그러나 쇼퍼홀릭을 볼 때 열광적으로 빠져들었던 것과 달리 이 책은 웬지 어디서 접한 듯한 이야기인데 주인공들의 이름이 한국사람이고 한국이 배경이니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사실 압구정동이든 청담동이든 그렇게 부자들만 오고가고 항상 쿨하고 멋진 사람들만 오고가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많이 비판받고 있는 그저 소시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고 가끔식 기분전환으로 많이 들르곤 하는 그런 곳도 있으니 말이다.
파티와 클럽, 브런치와 호텔.
꼭 잘나가는 그녀들만 가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를 착각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그런 곳에 가면 멋진 근사한 남자들이 짠하고 나타날 거라는...

혹시 이렇게 되는게 아닐까 예상한 부분이 역시나 그렇게 되어 버리니 조금은 실망스러운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기분전환으로 한 번 읽기는 나쁘지 않았다.

책 중간에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출판사가 의도한 것인지 큰글씨와 다른 색상의 글씨가 눈에 띄는데
구성의 참신함에 돋보였다.

하지만 지금보다 컨디션이나 상황이 더 좋을 때 읽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경기 불황에 월급이 안 나오는 회사도 수두룩 하다고 하는 이 시점에 박봉의 월급쟁이 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지금 읽기에 이 책을 더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명품PR매니저인 지은과 일본어학원 원장인 서정과 작가인 시현을 부러워 하기에 시샘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들의 블링블링한 연애와 사랑과 인생이 내게도 일어나는 그런 상상을 해 본다.

172
연락을 기다리다 지친 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냉장고에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식욕이라도 채워 불안한 감정을 날려보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욕과 감정 둘 다 비어버린다면.
나는 정말로 슬퍼질지도 모른다. 지금 감정을 채워 넣을 수 없다면.
식욕이라도 채워야 한다.

다른 공감가는 구절과 내용들도 많았지만, 이 구절이 가장 맘에 들었다. 감정의 혼돈과 식욕.
흔히 스트레스성 살이 찌고 있는 지금 내게 가장 절실히 닿는 구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