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 지음

마음산책

*책을 탐하는 한 교양인의 문.사.철. 기록

- 지금 혼자인 사랑은 오랫동안 그렇게 혼자일 것이며, 깨어나 책을 읽거나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날릴 때면 가로수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하게 거닐 것이다...[라이너 마리아 릴케]

책속밑줄..

모름지기 책과의 만남은 우연이지만, 우연적 계기의 연속은 필연의 느낌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오늘 내가 이 책 한권과 만나기 위해 빅뱅 이후 억겁의 세월에 걸쳐 우주가 쉼없이 운행되어오지 않았을까 하는 우주적 착각 관광버스가 노트르담 입구 코너를 돌 무렵 내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지 않았다면 버스 2층이 아니라 1층에 타고 있었다면, 그 아가씨가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면, 내가 처음에 사고 싶어한 책을 살 수 있었다면, 파리에서 헉슬리를 만나는 일은 일어 나지 않았으리라...

지금까지 나는 책을 폭식한 나머지 설사해버리고 마는 일이 많았다.

자근자근 타액을 묻혀가며 씹어 삼켜 소화액으로 더욱 연하게 만들어 그 양분을 철저하게 흡수하는 일에 게을렀던게 아닐까?

한권의 책, 하나의 장, 하나의 구절을 제대로 읽자면 그 밖의 무수히 많은 책과 장과 구절의 그물을 동원해야 한다는 걸 잊고 있었던 게 아닐까?....

이 책에는 시시콜콜 책에 대한 예찬이 들어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책표지나 출판사..그리고 제목까지 기존에 책속에 책을 담고 있는 책하고는 다른 느낌의 책소개책이다.

오랫만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한 기분이 든다.

'책과 마주치는 기쁨은 사람과 마주칠때의 기쁨과 똑같다.독서의 기쁨은 해후의 기쁨이다'라는 말이 딱이다 아주...그러므로 오늘 데이트는 참말 행복했다.

우연히 마주친 책..단박에 사랑에 빠져 행복해지는 책을 만나기위해 꾸준히 읽고 또 읽어야겠다...08.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