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백일홍 나무 아래 (殺人鬼)

저자 : 요코미조 세이시 (橫溝正史 / 정명원 역)

출판사 : 시공사

장르 : 소설/일본추리소설

읽은 기간 : 2014.01.07~2014.01.08

 

독서 후기

- 요코미조 세이시의 초기 작품 네개가 모인 단편집이다...

 긴다이치 코스케가 등장하는 소설이기에 어김없이 읽게 되었다...

 살인귀, 흑난초 아가씨, 향수 동반자살, 백일홍 나무 아래...

 이 네가지의 이야기가 모여있다...

 그간 읽어왔던 긴다이치 시리즈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을 가지게 한 책이었다...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 역시 그간 읽었던 긴다이치 시리즈와는 차이가 있었다...

 긴다이치가 등장한 시대 자체가 전쟁 후의 시대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우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에겐 기쁘기만한 전쟁의 승리이지만...

 긴다이치가 등장한 일본 사회의 입장에서는 우울할 수 밖에 없는 패전의 분위기...

 그 우울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은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그 범위에서 차이가 있었다... 

 '이누가미 일족'이나 '옥문도'와 같은 작품에서는 폐쇄된 마을이나, 폐쇄된 가문이라는...

 좁은 의미의 사회적 우울함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 속에서 읽을 수 있는 네 개의 작품 모두 사회 그 자체에서 우울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공습이나 피난, 불화와 같은 모습 등을 통해서였다...

 결국 이 책의 우울함의 범위는 넓은 의미의 사회적 우울함이었다...

 그 우울함 탓인지 여전히 긴다이치의 사건 해결은 시원스럽지 못하다...

 다만 예전에 읽었던 책들에는 긴다이치의 소심함이 그 원인이었지만...

 이 책 속에서는 긴다이치의 소심함은 발견할 수 없다...

 그저 우울한 사회를 한탄하고 바라보는 듯 가만히 있는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비극적인 사건들이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전쟁의 패배라는 사회적 우울함이 있던 시기이지만...

 지금의 현대사회도 이 책 속의 배경시대와는 다른 종류의 우울함을 찾을 수 있다...

 고립, 외로움, 불안, 생존이라는 사회에서 나타나는 우울함 탓인지...

 이 책 속의 사건이 마치 현대에도 간혹 일어나는 사건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처럼 전반적인 분위기가 우울한 점도 있지만 내 나름의 즐거움은 있었다...

 각각의 사건이 단편이기에 사건 자체가 복합적이지 않다...

 몇 개의 사건이 한꺼번에 얽히는 경우는 있지만 그것이 크게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흑난초 아가씨의 경우 책을 읽는 동안 나름대로 범인을 추리하였고...

 그 범인을 지목하는 추리의 과정이 내가 추리한 것과 들어맞았을 정도니 말이다...

 사건의 과정을 자세히 읽으면 어느 정도 추리를 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러다보니 오랜만에 추리 소설에서 추리가 정확하게 들어맞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어쩌면 사회적 우울함이라는 분위기를 추리의 단순함이라는 포장으로 장식하는지도 모른다...

 단순함이라는 화려한 포장 속에 감춰진 우울함이라는 내용물이 책을 읽는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이 책으로 긴다이치 시리즈가 끝이 나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뒤 이어 출간된(물론 우리나라 순서와는 다르지만) 책들 속에서...

 긴다이치가 더 이상 한탄만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기에...

 다음에 출간될 작품을 기대하며 이 책을 덮는다...

 책 속 마지막 이야기인 '백일홍 나무 아래'에서

 더 이상 한탄하지 않고 다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는 긴다이치 코스케의 모습이... 

 나의 기대에 확신을 더 해준다. 

 

인상깊은 구절

- 창망하게 저물어가는 폐허 속의 급경사를 긴다이치 코스케는 잡낭을 흔들고 또 흔들며 서둘러 내려갔다. 세토 내해의 외딴 섬, 옥문도(獄門島)를 향하여...... (p.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