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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은 더운 여름철을 슬기롭게 이겨내기 위한 방편으로 특별한 음식들을 만들어 먹곤 했다.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 보신탕 등을 꼽는데 이 음식을 먹고 원기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입맛도 찾아왔다. 특히 삼복이 다가오면 가족, 친구, 동료끼리 서로 보양음식을 권하며 같이 먹는 것이 우리 민족이 살아오던 오랜 방식이다.

포항, 부산 등 바다를 접한 곳에서는 삼계탕, 보신탕 못지않게 오징어, 하모 등 여름활어로 만든 물회를 여름철 대표 보양식으로 손꼽는다. 그 중 가장 대중적인 여름철 물회가 바로 오징어물회다.

더운 여름철의 오징어회는 육질이 조금 무르게 느껴질 수가 있는데 차갑게 물회를 만들어 먹으면 쫄깃쫄깃한 육질을 제대로 느낄수 있다.

진해 용원의 남해횟집은 요즘 평일에는 직장인들로, 주말에는 가족손님들로 발디딜틈이 없다. 갓 잡은 싱싱한 동해 활오징어를 배에 칼집을 넣은 뒤 가늘게 채썰고 배, 양파, 깻잎 등 갖은 야채에 살짝 얼린 양념장을 얹어내는 오징어물회를 맛보기 위해서다.

주문한 오징어 물회(13,000원)가 나왔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빈 후 소주한잔을 털어넣고 한 점 입에 넣으니 오징어의 쫄깃거림과 야채의 아삭거림이 어우러져 맛이 참 좋다.

오징어와 야채를 적당히 건져먹고 남은 육수에 밥을 말아 훌훌 마시니 담백하고 시원한 맛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찬 육수에 말아먹는 흰 쌀밥은 유난히 더 고슬고슬하고 달짝지근하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는 느낌이 바로 이런 느낌인가보다.

보통 물회를 먹을때 식성에 따라 얼음이나 물을 넣는데 그 얼음이나 물의 양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달라질 수가 있다. 남해횟집의 물회는 육수와 양념장을 최적의 비율로 맞추고 살얼음기로 살짝 얼려 숙성시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항상 일정한 맛을 유지한다.물회도 과학이다.

흔히 물회는 고추장 맛이라고들 한다.

싱싱한 횟감은 기본이고 제대로 된 고추장을 써야 깊은 물회맛을 낼수 있는데 남해횟집에서는 태양초를 재료로 남해에서 직접 담근 고추장을 3년정도 숙성시켜 사용한다.

이 집의 특기인 양념장은 숙성시킨 고추장에 양파, 배, 계피등 각종 양념을 갈아 넣은 뒤 얼음 냉장고에서 15일 정도 숙성시킨 후 손님상에 내어 놓는다. 시중의 물회보다 더 깊고 시원한 맛이 나는게 당연한 듯 싶다.

오징어 한 마리에는 60g 이상의 단백질이 들어있고 쌀,보리 등 곡류에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트레오닌,트립토판 같은 아미노산이 많아 혈압 강하와 피로,시력 회복에도 탁월한 식품이다.

내친김에 하모회도 맛보기로 했다.
하얀 하모 속살들이 한접시 가득나온다. 하모회는 씨알이 너무 작으면 맛이 덜나고 최소 500g~1kg정도 되는 놈이 제일 맛있다고 하는데 남해횟집에 500~600g짜리만 장만한단다.

하모회 한점을 묵은지에 싸서 약간의 쌈장을 올리고 씹어본다. 향긋한 하모향이 입안 가득하다. 적당히 쫄깃거리면서도 전혀 비리지 않다. 하모맛이 제대로 들었나보다.

하모회는 양파와 함께 먹어야 제맛을 느낄수 있다는 권유에 양파 한쪽위에 하모회를 올려 먹으니 양파의 아삭함과 하모의 쫄깃함이 어우려져 입안까지 상큼해온다. 횟감이 싱싱해서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하모회는 칼솜씨가 중요하다. 잔 가시가 많아서 가시들의 방향과 엇갈려 칼질을 하는데 여기서 주방장의 숙련된 칼솜씨가 하모회 맛의 중요한 포인트이다.

일본에서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하모를 꼽는다.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상큼한 하모회와 시원한 물회 한그릇으로 잃어버린 입맛도 찾고 건강도 챙기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