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부질없는 세월을 살아왔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나라의 여느 학생들처럼 나 역시 모범적인 학생으로 교과서에 나름 충실했었고, 그다지 가방끈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부모님 덕분에 그렇고 그런 대학 문턱을 대충 넘고 대충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출근하니까 하나 보다, 퇴근시간이 되니까 퇴근하나 보다’ 그런 생활의 연속이었다. 문제는 교과서에 충실하였던 학생답게 퇴근시간 개념이 나와 다른 직장 내 바로 윗상사와의 마찰과 적당히 부빌 줄 아는 아부근성이 딸렸다는 점이다. 잘 알지도 못하니까 확 드러내놓고 어쩌지는 못해도 속으로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직원을 뽑아놓고 왜 일을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는 걸까’에서부터 뻔한 걸 꼭 시간을 늘려가면서 일을 해야지 윗사람들이 안심을 했다는 점, 직장 내 꼭 이상하고 괴팍한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그 사람들이 제일 오래가고 끈질기다는 점 등. 직장생활의 한 패턴(?)이 끝나갈 즈음 나는 이 책의 저자 구본형님이 프롤로그에서 얘기한 딱 그런 기분이 되고 말았다.

어렸을 때는 좋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좋았다. 나쁜 사람들은 미워했다. 추하기 때문이다. (...)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는 것이 싫어졌다. 다 그렇고 그런 사람들, 좋은 옷, 좋은 차, 높은 지위에서 건들거리지만 도토리처럼 그만그만한 사람들 속에서 사는 일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 269쪽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가, 하는 룰을 아주 조금 알아버린 후에는 증상이 더 심해졌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듯이 어차피 사람과의 만남이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어쩔 수 없이라도 나는 회복되어야 하는 ’운명’이다. 이러한 과정(회복기) 중에 만났던 책이 이 책의 저자 구본형님의 저서 몇 권이다. 사실 그땐 책내용이나 뭐 그런 것들이 좋긴 좋았지만 대단한 감동을 느끼고 그랬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때 내가 무의식적으로 바랐던 것은 뭔가 강력한 카리스마를 띈? 전쟁터를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고 생각한다(사악함을 배우는 과정인 것 같음). 그런 책이 바로 이 책에서 접목시킨 현대경영의 리더십이 참고삼아야 할 고전의 대목들, 그러니까 삼국지류의 책이 아닌가 싶은데 그땐 또 삼국지류는 먼 나라 일이라고만 생각했고 칼싸움질하는 것들이 통 내키질 않아서 별로 읽고 싶지 않아했으니. 나도 참, 까다로운 조건을 가지고 내게 맞는 책을 찾으려 했던 셈이다. 아무튼 그 와중에도 ’사람염증’을 덧나게 하는 더러운 인간도 몇 명 만났다. 이 더러운 인간들은 미련해서 자기가 남을 대단히 잘 속이는 줄 알고 있으며, 꼭 자기와 같은 사람을 부리면서도 자기가 부림당하는 걸 즐기면서 같은 족속끼리 모여 사는 게 특징이다(부연설명-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부리기 때문에 똑같이 서로 웃기게 잘 속이고 산다. 서로 좋댄다.). 역시 고전 속 칼싸움질 (당)하는 재미없고 더러운 인간이 상당수 현대에도 고스란히 있었던 것이다. 수능이 끝나고 매스컴에서 학원은 절대 안 다녔다는 일류대 수석합격자란 학생들이 왜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으로 ’삼국지’를 자신 있게 꼽는지 이제 알겠다. 세상이 딱 삼국지판이다. 인간은 한없이 느리게 진화하는 동물이다(23쪽). 이 얘긴 좀 이따 다시 하기로 하고 이 책의 대략적인 구성과 내용을 살펴봐야겠다.

책제목에서 보시다시피 참 인간적인 책이다. - <사람에게서 구하라>

본문은 크게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마도 각 장의 순서는 사람이 경영을 하고자 할 때, 우선적으로 다져두어야 할 것이 아닌가 싶다.

   1장 자기경영 리더십  

   2장    섬김의 리더십

   3장 인재경영 리더십

   4장 변화경영 리더십

   5장 윤리경영 리더십

분량면에서는 자기경영 리더십, 인재경영 리더십, 변화경영 리더십이 주를 이룬다. 저자가 리더십을 이야기하는데 있어서 주재료는 가장 불안정하고 거칠었던 춘추전국시대의 인간들 이야기이고 부재료로 비교적 최근에 성공한 리더들-피터 드러커, 워렌 버핏, 스티브 발머, 하워드 슐츠, 리 아이아코카, 잭 웰치, 헨리 포드 등의 이야기가 더해진다. 그러다 보니까 짧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많은데 자칫 수선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고 고전의 맛을 못 느껴본 독자라면 재미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수제비 국물에 쫄깃한 밀가루 반죽을 무수하게 떼어 넣은 걸 맛좋게 먹는 것이다. 마지막 장, 윤리경영 리더십은 ’윤리(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라는 말 그대로 이것이 어디 지켜 행하기가 쉬운 일인가! 그래서 이 부분은 책을 다 덮고 난 후, 깊은 생각을 이끌어내고 따스한 울림을 주어 어쩌면 우리 모두일지도 모르는 타락해가는 리더들에게 경종을 울려주는 장이다. 부록으로 덧붙여진 ’리더십 인물 사전’은 의외로(?) 재미나서 대충 안 보고 말려다가 끝까지 보고 말았다.

아까 얘기했듯이 그 미련한 사람이란 이 책에서 밝힌 소인배였던 것이다. 역시 이 책에서 말한, 사람은 타고난 그릇이 있는데 그 쓰임에 적합하지 않게 살아간다는 것은 죄악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 소인배란 처음부터 그릇은 작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대개의 경서는 점점 사악해진 것이다. 사람이 타고난 본성대로 살지 않고 이익을 꾀하는 사악함을 꾸??면 대개는 본래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이 부디 이와 같은 인간적인 냄새를 풍기는 책을 읽고 진정한 리더로 거듭 태어나 후손들이 더이상 부질없는 인생을 살게 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직업군인이신 삼촌 말씀으론 요즘 새로 들어오는 군인들 80~90%가 대학생이란다. 이제는 모두가 ’나잘난 씨’인데 어설픈 자본가 흉내만 좇다간 서로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더는 속아줄 사람도 없을 것이란 말이다. 아직도 구조조정이 한창인 우리나라인데 앞으로 경영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모르겠지만 좀 더 인간을 생각하는 인재경영이 자라났으면 좋겠다. 나도 앞으로 함께 살아갈 ’사람’이라는 존재가 눈에 밟히기 시작하면서 구본형님의 책이 다시 손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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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이란 무엇인가?

『논어』의 안연편에 공자와 자장의 대화가 나오는데, 이 속에서 공자는 꽤 장황하게 소인을 정의해 두었다.

소인은 겉으로는 어진 모습을 취하나 행동은 그와 다르다.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채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회의를 하지 않는 사람’이 바로 소인인 것이다.

결국 거짓으로 돈과 명성을 얻은 사람이 소인이라는 것이다.  (29쪽)

 

맹자는 "군자는 의로움에 밝고, 소인은 이로움에 밝다"고 말했듯이

여불위는 이익을 내는 데 탁월한 투자가였지만 의로움을 보지 못함으로써 몰락했다.

이익을 보면 마땅히 그것이 옳은 것인지를 물었어야 했고, 이익과 정의 사이에서 갈등했어야 했다.

(...)

그리하여 사람에게 투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자신에게 투자하여 좋은 사람이 되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다.

(...)

그는 끝내 사람을 상품으로만 생각했다.

필요하면 가지고 있던 것을 남에게 주듯이 던져 주고, 그 관계가 위험해지면 구덩이를 판 뒤 그 사람을 파멸로 유도했다.

결국 자신도 다른 사람에게 상품화되면서 그 가치를 잃게 된 순간 버려지고 말았다.  (30쪽)

 

사람은 일종의 그릇이다. 태어날 때 그 그릇의 크기와 모양이 결정되어 있는 초벌구이 같은 것이다.

(...)

모두 그 쓰임에 맞아야 한다.

자신의 적합한 쓰임새를 찾는 것이 세상에 자신을 내보이려는 사람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과제다. (33쪽)

 

 

좋은 리더는 먼저 자신을 평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주어진 배역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자신의 역량을 모르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서도 안 된다.

리더십의 결정적 부재는 무능한 사람이 자신의 그릇과 맞지 않는 높은 지위에 앉아 있다는 사실로부터 온다.

그리고 모자라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오른 후 주변의 중요한 자리를 아부에 강한 더 모자라는 사람들로 채우기 시작하면서 리더십은 타락한다. (42쪽)

 

- 구본형, <사람에게서 구하라>, 을유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