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뇌과학자의 뇌졸중 체험기

긍정의 뇌

(원제 : 뇌졸중이 내게 안겨준 통찰My Stroke of Insight)

- Jill B. Taylor -

 

"뇌졸중(腦卒中, stroke,apoplexy)은 산소를 뇌세포에 실어 나르는 혈관에 문제가 생긴 경우로, 기본적으로 허혈성 뇌졸중과 출혈성 뇌졸중, 두 가지 유형이 있다. (...) 허혈성 뇌졸중은 피가 엉긴 덩어리인 혈전이 좁은 동맥을 지나지 못해서 혈관을 막는 질환이다. 혈관 폐색으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뇌세포는 결국 외상을 입어 죽고 만다. (...) 출혈성 뇌졸중은 피가 동맥에서 빠져나와 뇌로 스며드는 질환이다." (238-239쪽)

 

모든 질병이 그렇지만 뇌졸중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극히 적다. 심지어 같이 살고 있는 가족이 뇌졸중을 경험하게 되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잘 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사람마다 다른 공감능력이 그 원인일 수도, 질병 자체에 대한 우리의 공포심 내지는 폐쇄성이 근본원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의 저자는 당시 미국에서 꽤 잘나가는 젊은 뇌신경해부학자로 지난 1996년(그녀의 나이 37세) 12월 갑작스레 뇌졸중을 경험하게 된다. 제삼자가 보기에도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 내용은 뇌졸중 이전의 모습과 가족력으로 시작한다.

 

더 뒤에 가서 이야기되지만 질 테일러 박사는 평소 두통을 달고 살았던 모양이다. 이것은 선천성 뇌혈관 기형때문인 것으로 추측되며, 그동안은 모르고 살다가 1996년 기어이 일을 내고 만 것이다. 물론 누구도 원치 않는 일이다. 우리가 대충 알고 있는 것처럼 뇌졸중이란 녀석은 유독 예측 불허!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한번 찾아온 이 불청객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긴다. 저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뇌졸중이 찾아온 아침의 이야기는 정말 길고 더디게 느껴진다. 단순히 슬로 모션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98% 부족하다. 직장동료와 주치의에게 도움을 청하는 과정, 병원에 도착하여 진단을 받는 과정,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만남, 대수술을 준비하는 마음가짐, 개두 수술 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이 책의 Part1, 거의 2/3분량이다.

 

자신의 뇌, 특히 정보처리능력을 담당하는 좌뇌가 철저히 파괴되고 다시 회복하기까지는 그녀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긍정적인 에너지의 영향이 크다.

 

"나는 주위 사람들이 뇌의 가소성을 믿고, 그것의 성장과 학습 및 회복의 능력을 믿어주기를 바랐다." (130쪽)

"나는 사람들이 나를 과거의 모습이 아니라 현재의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기를 원했다." (131쪽)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사랑과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140쪽)

 

안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는 장애인, 환자, 노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외국 그 어느 나라보다도 부정적이어서 그들의 긍정 에너지가 더욱 복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뇌졸중 진행 과정을 시간순으로 차분하게 그려보고 뇌에 관한 통찰력(Part2)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그녀가 뇌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굉장히 고급언어를 구사하였을 그녀였겠지만(과거형) 뇌졸중 이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뇌의 구조라고 할까, 좌뇌가 많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계산력이나 언어구성력을 잃었다 뿐이지 A였던 그녀가 B가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나를 잃으면 분명히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것,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지적하기보다 한두 가지라도 잘하는 것에 집중해 달라고 소리치는 사람들의 마음속, 미처 터트리지 못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아프지 않은 사람보다 더더욱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뇌졸중 환자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학구열이 굉장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점점 잃어가고 있는 우뇌력에 대한 통찰력을 엿볼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 뇌 중심이 아니라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가짐이자 선택권이다. 끊임없이 과거의 어떤 일이나 일어날 성 싶지 않은 만들어진 이야기에 얽매여서 사는 우리에게 질 볼트 테일러 박사는 공포 영화 보기를 삼가고, 걸핏하면 분노 회로를 가동하는 사람과 어울리지 말기를 권한다. '지금 여기'에 몰입하여 마음의 평화를 얻으라고 손짓한다.

긍정의뇌, 뇌졸중을겪은뇌과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