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天堂蒜苔之歌 1·2 / 모옌莫言(본명 : 관모야管謨亞) / 박명애 옮김 / 랜덤하우스 / 295쪽(1권)·272쪽(2권) / 각 권 9,000원

역사를 돌아볼 때도 만약이란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만약 내가 이 책 내용을 미리 전부 꿰고 있었다면 이 책을 재미있겠다며 읽고 싶다고 "저요~저요~" 외쳤을까? 글쎄...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전2권)는 중국 문화대혁명의 시기 이후(개혁·개방화 시기)인 1980년대 중반 이후, 작은 농촌마을 티엔탕 현에서 벌어진 마늘종 봉기 사건 전반을 들여다본 일종의 사회비판소설이다. 물론 내용은 다큐멘터리나 르포 소설이 아니라며 ’전부 순수한 허구이며 만약 불행하게도 현실의 어떤 사건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연의 일치이며 작가는 이 작품 문맥의 지정석에 우연히 자동적으로 참석하게 된 자의 심정이나 건강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2권-263쪽)’는 경고 문구를 친절하게 책 맨 뒤에 덧붙여 두고 있으나, 간혹(사실은 자주)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 같다는 말을 상기해 보면 이 소설은 너무나 현실을 닮아 있다. 

원래 농민은 가공을 거치지 아니한 가장 1차적인 생산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스스로 주인이었으나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비참한 지위로 전락했다. 사실은 농민이라고 해서 반드시 비참한 지위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건 아닌데 문제는 관리자들의 부정과 부패이다. 여기서도 티엔탕 현의 위원회 부서기와 현 정부의 현장 종웨이민 등 관리자들은 농민의 이익을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뒷문으로 마늘수매를 해버리고, 별의별 명목으로 세금을 걷어들인다. 돈이 없다고 하면 마늘을 빼앗다시피 해서 거둬들인다. 팔리지 못한 마늘은 사방에서 썩는 냄새를 풍기고 농민의 삶도 점점 썩는 냄새를 풍긴다. 그리하여 농민과 관리자의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로 소설 전체에 묘사된 농민의 삶과 그들의 모습은 비참함 그 자체이다. 관리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빼앗아가고, 벌주고, 잘 먹고 잘 산다. 농민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 와중에는 원해서 가담하게 된 것도 아니면서 잡혀간 마흔 살 농민 까오양도 있고, 삼환친(三煥親 : 세 가정이 서로 혼인을 약조하고 상대방 규수를 맞바꾸는 식으로 맞아들이는 혼인제도)의 희생량이 된 진쥐를 사랑하여 당당히 성인의 혼인방식을 들이미는 농촌 총각 까오마도 있다. 책표지에 제 몸집보다 큰 마늘을 짊어지고 가는 보이지 않는 농민의 모습이 책 속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사전을 찾아보니까 문화대혁명은 중국에서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간 마오쩌둥[毛澤東]에 의해 주도된 극좌 사회주의운동이라고 한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도 못하는 법인데 후대의 다른 평가가 어찌 되었든 ’극좌’라는 글만 보아도 이 시대의 중국이 어떠했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간다. 저자 모옌(52)은 이러한 혼란한 시기에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생 이후를 농촌에서 보냈다. 이 작품이 쓰여진 시기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일치한다. 저자 나이 서른둘인 1987년에 창작하기 시작해 이듬해인 1988년 봄에 출간했다고 하니 작가의 영감이 부르는 대로 상당히 빠르게 써내려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당시는 아직 소련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두 체제가 대적하고 있던 시기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한 때에 이런 사회비판적인 작품을 썼다는 것은 광대가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광경을 지켜보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대해선 책 가장 앞쪽 ’작가의 말’에 잘 나타나 있다. 소설가의 비극이라든지 문학 고유의 독립된 지위라든지 문학과 현실의 관련이라든지.

     "새로운 세기에서는 이처럼 자극적인 사건으로 내가 다시 이런 식의 소설을 창작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2007년 8월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모옌 ’작가의 말’ 중에서

가까이 마주친 사회를 고발하고 꼬집고 비판하는 소설이어서 쓰기도 쉽지 않았을 거라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지만 읽기도 쉽지만은 않다. 2권을 중반 읽을 즈음해서야 사건의 전모가 서서히 드러나니 말이다. 거기다 이 소설은 이야기의 줄거리보다도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쓴 문장, 하나의 문장 내에서도 사회문제의 배경이나 전체상을 엿볼 수 있는 해석 능력이 필요한 것 같다. 다소 과격한 문장도 보이지만 상징과 묘사가 뛰어난 소설이다. 농민의 지위와 관리자의 부정·부패는 여전히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할 민감한 사안이다. 현실비판소설이 쉽게 다가오지 않는 독자를 향해 외치는 책 속의 한 구절이 있다.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쉽지만 있는 그대로 말하는 소리를 듣기란 쉽지 않다." -2권, 86쪽

* 중국번역소설은 어느 소설을 막론하고 유난히 오타가 잦은 편이고 어쩐지 쏙쏙 내키는 문장은 아니다. 뭔가 더 원인이 있겠지만....아무튼 별을 너무 적게 줬나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