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집어든 책 <행복하기에도 여자의 인생은 짧다>

 

이 책은 현재 MBC 라디오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95.9MHz, 낮 12:25-02:00)’를 진행하고 계시는 방송인 김혜영(45) 씨가 쓴 책이다. 굳이 나이까지 밝혀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방송계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은 어찌나 예쁘고 젊어 보이는지 나이를 통 모르겠어서... 나는 김혜영 씨를 언제인가 텔레비전에서 보긴 봤던 것 같고, 연예인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최근에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나마 뵌 기억이 별로 없어서 이 책을 그냥 ’여자로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집어든 것이고 혹시나 쉬시는 동안 다른 일을 하셨던 건가, 연예인의 새로운 일상사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약간은 연예인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가 있겠거니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예상 밖이었다. 표지를 넘기고 프롤로그 몇 줄만 보았는데도 행복한 미소가 가만히 번져오는 것이었다. 또한 놀라운 사실은 이 책과 약간은 별개로 김혜영 씨는 MBC 3기 코미디언으로 데뷔를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우리에게 행복 기술을 전해주실 수 있으신 걸까.

행복은 그런 것이다. 그저 살짝 입꼬리를 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흡족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 그래서 ’언제나’ 행복한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이 간단한 진리를 일찍 알지 못했다. (...)

돈이 약간의 행복을 가져다주기는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앗아가버렸다. 일에 쫓기다보니 피곤에 지쳐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으며, 누구를 만나기조차 힘들어서 서서히 외톨이가 되어갔다. 돈으로 약을 살 수는 있어도 건강은 살 수 없음을 건강이 나빠지고서야 알게 되었다. - ’프롤로그’ 가운데

연예인이지만 연예인이 아니게 살아가길 바라고 어릴 적엔 집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탓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김혜영 씨의 자잘한 행복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한민국에서 결혼 19년차 일하는 주부의 행복 노하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고(부제에 ’행복의 기술’보다 ’행복 노하우’나 ’행복 이야기’라고 얘기하고 싶다), 책구성도 깔끔하고 예쁘다. 직접 찍은 사진, 소탈한 가족소개, 작은chapter가 끝나는 곳마다 간략하게 정리된 노하우 정리 등. 어느 누가 보든 작은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책이긴 하지만 비슷한 나이의 가정주부나 예비 가정주부가 보면 좋은 책이다.

   목차 - 김혜영의 행복론 / 성공론 / 부자학 / 자녀교육 이야기 / 살림 이야기

 

연예인이 쓴 책이라기보다 살림 잘하는 친한 언니가 쓴 책이라고 하는 게 이 책에 더 적절하다. 연예계의 자극적인 이야기는 거의 없고 단 하나, 강석 씨와 오랜 기간 MC가 되어 일할 수 있었던 이야기가 나온다. 내게도 크게 와 닿는 말이 "상대를 인정하면 ’내 사람’이 생긴다"이다. 우리는 공영방송인 라디오로 그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들이 평생 한 번도 다투지 않을 것 같고, 연예인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마냥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역시나 MC도 사람이고 일이다. 우리에게 파트너십은 가정에서든(부부) 학교에서든(과제) 직장에서든(팀웍) 꼭 필요하다. 곁들여진 강석 씨의 일면과 그의 짓궂은 농담이 재미있다.

엔티크 책상 하나를 장만하고서 볼 때마다 어루만지고 쓰다듬었다는 김혜영 씨.

경제개념이 별로 없어서 가정경제관리자 자리를 남편한테 빼앗겼다가 다시 찾았는데, ’아내의 비자금은 가정의 자존심’이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김혜영 씨.

아이들을 마음에도 없이 호되게 야단친 걸 후회하고 아이가 타고난 대로 자라도록 이끌어주시고 계신 김혜영 씨.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 남대문으로 달려가 "골라~골라~" 시장바닥의 건강하고 역동적인 삶에서 활기를 되찾으신다는 김혜영 씨. - 저희 어머니가 그러셨거든요.

김혜영 씨의 따뜻한 취미와 사고방식을 많이 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