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책을 보다 마구 울어버렸던 게 또 언제였던가... 책 표지며 띠지에 울어버렸다는 평을 먼저 읽으며 코웃음을 쳤는데 이게 웬 걸,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스포일!!)

뻔한 스토리였고 어떤 식으로 눈물을 짜낼 지 충분히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속 결말은 내 예상을 빗나가 버렸다. 난 정말, 두 사람이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그렇게 남자가 가 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두 사람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이 좀 느긋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행복한 시간을 충분히 누린 후, '그들은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나든지, 최소한 나중에, 아주 나중에 떠날 줄 알았다. 그러길 바라는 마음에 생각했던 결말일지도 모르지만, 결말은 놔두고라도 최소한 두 사람이 마음껏 사랑하는 모습이 그려질 줄 알았는데, 아, 이런...

후반부에 여행을 떠나 여자가 솔직하게 고백을 한 뒤의 상황을 읽으며, '몇 페이지 남지도 않았는데 설마 아무것도 못한 채 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 싶었는데, 그러다 여자가 스위스로 떠나길래 '역시 이대로 끝은 아니군.' 했는데, 두 사람이 만나 얘기를 나누는 부분을 보면서도 '설마, 설마...' 했는데...... 거의 마지막 공문 속에서 "죽었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보고 나서야 '정말 죽어버렸네.'라는 걸 깨달았고 그 때부터 눈물이 마구 났던 것 같다. 남은 몇 페이지를 읽으며 폭풍 눈물... ㅠ_ㅠ

어떻게 보면 참으로 진부한 스토리임에도 이렇게 인기를 끌며 눈물을 쏟아내게 하는 건 담담한 문체와 여주인공의 시크한 캐릭터에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으로 하는 평가고, 내가 눈물을 쏟은 건 순전히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 때문...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게 되고 '우린 이러면 안돼요!'라는 밀당 과정을 좀 거치다가 결국 마음을 열고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준 뒤 슬픈 결말이 따라올 줄로만 알았는데, 내겐 영 쌩뚱맞기만 한 시점에 원하던 바를 이룬 남주인공 때문에 그렇게 마음이 아팠다. 내 예상대로 흘러간 스토리였다면 흔해빠진 눈물 짜내기 소설로 끝났으려나...?

난 기본적으로 자살에 대해 극구 반대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인간답게 살 권리를 위해 회생 가능성 없는 병으로 인한 안락사는 찬성하는 편이다. 아무리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는 해도, 누군가는 자존심이 목숨보다 중요하다고 할 만큼, 하루를 살아도 나답게 사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싶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난 굳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장수하고픈 마음은 별로 없다. 적당히 건강한 신체로 사람답게 생활할 수준은 되어야 그게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거동조차 안되는데 억지로 하루하루 연명하고픈 생각은 별로 없어서 내가 남주인공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한다면 나도 같은 고민을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난 용기가 없어서 그런 선택을 해 버리진 못하겠지만... 게다가 이제 막 사랑을 느끼는 상대가 있다면 더 어려운 선택이 될텐데 말이지.

한동안 살벌한 미스터리 소설만 주구장창 읽다가 잠자고 있던 내 연애 세포 좀 말랑말랑하게 해 보려 집어든 소설 덕분에 잊고 있던 감성을 깨운 계기가 됐다.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흔한 소재, 흔한 설정의 소설인데, 그렇게 흔한 얘기를 이렇게 마음 울리게 쓴 것 보면 작가가 확실히 재능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