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이제는 왕세자비가 된 케이트 미들턴에게 청혼을 하며 어머니 다이애너비의 푸른 사파이어 반지를 선물한 것이 화제가 되었었다. 윌리엄은 어머니가 평소에 무척 소중하게 아끼던 반지라며 ‘어머니가 늘 옆에 계시는 느낌’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 반지는 찰스왕세자가 다이애너에게 청혼할 때 선물했던 반지로 알려졌다. 반지를 두고 다이애너가 했던 말이나, 그것을 약혼녀에게 전했던 윌리엄 왕자의 마음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이렇듯 반지 혹은 보석이란 그 안에 수많은 의미와 이야기를 담게 마련이다. 프랑스의 종교사회학자였던 마르셀 모스(Marcel Mauss)는 그의 저서 <증여론>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받거나 교환된 선물이 사람에게 의무를 지운다는 것은 받은 물건이 생명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셀 모스는 뒤이어 ‘증여’라는 측면에서 조금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야기하지만, 받은 물건이 생명력을 가진다는 부분에는 공감이 간다. 물건이란 그 자체로는 단지 물질일 뿐이지만 그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고가게 되면 더 이상 단순한 물건이 아닌 “하나의 의미”가 된다.

마르셀 모스의 말처럼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선물”이란 그것을 준 사람을 한 번 더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어렸을 적 애착을 가지고 놀았던 인형, 분홍빛 마음을 담아 건네받았던 장미 한 송이, 약속을 담아 손에 나눠 낀 반지 등등 시간이 흘러도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는 것도 모두 그것이 가진 의미와 추억 때문일 것이다.

 

<불멸의 보석>은 그렇게 이야기를 가진 보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에바 가드너, 메리 공주, 윈저 공작부인(심프슨 부인), 비스마르크 백작부인, 헬레나 루빈스타인 등 쟁쟁한 명사들이 간직해 온 희귀하고 화려한 보석들과 그에 얽힌 사연들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빛나고 아름다운 보석들이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펼쳐진다.

소개된 보석들은 소제목에서처럼 ‘어두운 과거를 지우는 보석’(멀 오베론)이 되기도 하고, ‘노래의 날개 위에 보석을’(레나타 테발디) 달아주기도 한다. 일반인들로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보석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컬렉팅의 즐거움’(코넬리아, 크레이븐 백작부인)이거나 ‘글래머에 방점을 찍는’(데이지 펠로스) 수단이거나 ‘상처를 견디는 힘’(바버라 허턴)이 되기도 한다.

 

책을 읽다보면 휘황찬란한 보석을 보는 것 자체도 흥미롭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다. 채플린의 연인 폴레트 고다드는 “나는 꽃을 받지 않아요. 시들거나 상하는 것은 어떤 것도 받지 않아요”라고 했다던가. 이 책에 선보이는 크고 화려한 보석 대부분은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들에게 반한 남자들이 선물한 것들이다. 하지만 윈저 공작부인(심프슨 부인)과 윈저공의 경우처럼, 보석은 사랑의 증표인 동시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스타일리쉬한 두 사람의 공감대가 되기도 한다. 또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여인들의 경우에는 그들의 보석 또한 경매 처분되거나 새로 세팅되어 재해석되는 등 흥망성쇠의 일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이전에도 종종 있기는 했지만, 유명인들의 진귀한 보석 컬렉션이 경매를 통해 세상에 공개된 것은 불과 수십년 사이의 일이라고 한다. 이 책은 보석을 통해 소유자의 삶과 시대를 짧게나마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화려한 보석에 얽힌 20세기 헐리웃 스타들과 귀족 등 상류층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읽어볼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