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니 비가 좀 그쳤나보다. 어젯밤엔 운전하는 내내 비가 왔는데....

비가 오면 가끔씩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일기예보 하나도 제대로 못 챙기는 나, 그래서 비오는 날이면 늘 우산을 챙겨다주곤 했던 사람. 그래서 지금도 물방울 무늬의 우산을 보면 문득문득 그 날의 느낌이 떠오르곤 한다. 사랑했던 시간의 그런 소소한 추억들은 누구나 마음 한 켠에 가지고 있지 않을까?

 

<여행, 그리움을 켜다>는 저자가 지난 사랑의 흔적에 아파하며 떠난 여행에서의 느낌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아픈 여행의 끝에서 떠난 236일간의 여행을 통해 실컷 아파하고 마음껏 흐느낀다. 사랑에 대한 에세이란 것이 늘 그렇지만 이 책을 고를 때 한편으론 ‘뻔하고 흔한 사랑과 이별 얘기’류의 책은 아닐까 내심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잘 버리지 못하고, 귀 밑에 바람만 돌아도 여행을 떠난다”는 저자의 프로필에 공감이 돼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의 내용은 여행하며 만난 사람들의 얘기, 여행 중에 수시로 느껴지는 이별의 잔해같은 감정들, 지난 사랑의 추억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읽다보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나 ‘여행을 떠나야 할 때’, ‘뻔한 얘기 Ⅳ’ 등 와닿는 구절들이 곳곳에 보인다.

당신 삶에서는

아직 그 사람이 주연배우인데

 

그 사람 삶에서

갑자기 당신이 조연이 되었다면

 

조연이면 그나마 다행인데

자꾸 악역이 될 것 같다면

 

서둘러 여행을 떠나야 한다.

 

행인1이나 행인3이 될 때가지는

당신만의 여행을 해야 한다.

 

-여행을 떠나야 할 때 Ⅱ-

 

뻔한 얘기지만

 

길을 자주 헤매본 여행자는 알아요.

길은 서둘러 찾을수록 더 찾기 힘들다는 걸.

 

(중략)

 

정말, 뻔한 얘기지만

길을 자주 헤매다가, 자주 잃어버린 여행자는 알아요.

 

셀 수 없이 자주 헤매다가, 길을 잃어버려도

찾는 곳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찾는 사람이 영영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뻔한 얘기 Ⅳ-

저자는 여행 얘기를 하듯 이별 얘기를 하고, 사랑 얘기를 하듯 여행 얘기를 한다. 그래서 읽는 이의 느낌에 따라 와닿는 깊이가 제각각 다를 수 있는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마음깊이 와닿는 구절들이 많다면 지금 당신은 사랑하는 중 혹은 이별하는 중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