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학교라는 장막에 둘러싸여 있을 때, 오직 교과서만이 나와 함께한 책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방학 숙제에 빠짐없이 등장하던 것이 독후감 쓰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숙제를 해 갔던 적이 없었다. 당시 난 책 읽기 보단 바깥 세상과 어울리길 더 좋아했기도 했고, 가난한 시골집에 단 한 번의 숙제를 위해 책을 구입한다는 것은 무척 큰 낭비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어머님이 책을 무척 좋아하셔서 나도 그렇게 되길 원하셨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도 여전히 난 책과는 그리 친하지 못했다. 참으로 부끄러울만큼이었다. 그런데 학교와 모든 인연을 마치고 나서부터 독서와의 인연을 시작하게 되었다. 특정 관심분야가 생기기도 했지만, 독서 그 자체의 즐거움을 맛보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 나에 대한 책의 짝사랑을 깨달을 수 있었다. 

[소설처럼]은 아이들에게 책을 그 자체로 즐기도록 하고자 한다. 아이들이 잠자리에서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상하고, 즐거워하고, 또 해달라고 조르는 그 시절의 느낌을 되살리는 것이 바로 아이들과 책이 다시금 친해지는 길임을 말하고 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많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많은 이유 때문에 오히려 독서를 어려워하고, 지겨워한다면 그 이유가 이유일 수 있는지 되새겨 보게 하고 있다. 

아무런 목적없이 독서 그 자체를 원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겠지만, 나도 그런 사람들의 일원이 되고 싶다. 저자의 지적처럼 건너뛰며 읽고, 원하는 것만, 읽기 싫으면 읽지 않아도 되는, 그런 완전한 자유의 독서를 하고 싶다.

아이들에게 책을 좀 더 친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한 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다시 어린 시절 이야기에 대한 동경을 하게 만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