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눈 뜰때, 오늘 하루를 어찌 보내야 할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들지도 않는다. 많은 사람들은 직장으로, 학교로 아니면 각자가 가야할 곳을 향해 분주히 떠밀려 간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그런 떠밀림이 없다. 오늘도 취업사이트를 찾아가 이력서를 낼 곳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은 들지만, 실제로 하지는 않는다. 취업사이트를 기웃거릴 때마다 찾아드는 거북함을 느끼기가 싫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더부룩해지는 이 때를 어떻게든 피하려고만 한다. 하루의 시간이 다 흘러갈 때, 나는 스스로에 대해 자책한다. 무기력하고, 우유부단한 나를 감당할 수 없어 괴로워한다.

'나이 서른다섯이면 인생 경주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이 책의 첫 부분은 나를 절망하게 한다.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인생인데, 벌써 은퇴를 한다니. 참으로 곡할 노릇이다. 친척의 유산 덕분에 은퇴를 결심한 서른 다섯의 주인공과 통장 잔고가 바닥날까 노심초사하며 아직 인생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서른 다섯의 나는 완전히 동떨어진 세상의 사람인 듯 하다. 그러나, 하루의 삶 속에서의 권태를  공유하고 있다. 생각에 생각을 더하고, 그럼에도 생각하는 것에 대해 포기하기를 주인공처럼, 나 또한 고민하고 고민하는 것을 싫어하고 포기한다. 주인공이 아파트에서 보내는 시간들을 스스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듯, 나도 내 인생의 시간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삶을 관조하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 힘겨운 일임을 알게 된다. 무엇인가에 파묻혀 있어야 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나보다. 아마 '외로운 남자'와 같은 삶이 지속된다면, 그것은 나에게 죽음이다. 

커피가 쓰다. 속도 거북하다. 나도 외로운 남자인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