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도 자신이 읽기 편하고, 재미있어하는 부류의 책들만을 가까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에게는 역사에 관련되거나, 사실적인 내용들을 다루는 책들이 읽기 편하다. 그렇기에 문학작품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여겨졌다.

 

인생을 살아갈수록 사람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깨달아가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사람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가를 인식하게 된다. 그러던 중, 사람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데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것이라는 어느 목사님의 말을 접하게 되었다. 시대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꾸준히 읽히고 있는 이러한 문학작품이야 말로 사람의 모습에 대해 잘 표현하고 있다는 그 분의 말은 나의 무지함을 다시금 깨우쳐 주셨다.

 

레프 톨스토이. 러시아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그러나 나는 그와 그의 작품에 대해 잘 모른다. 작품도 ‘전쟁과 평화’, ‘부활’ 정도 밖에 기억하지 못한다. 물론 읽어보지도 않았다. 나에게는 생소한 ‘안나 카레니나’라는 작품은 우연히 지인의 추천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장편인지는 알지 못했다.

 

책의 제목은 ‘안나 카레니나’이지만, 이 작품은 이 인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오히려 레빈이라는 인물에 대한 내용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가정을 버리고 자신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사람에게 달려가는 안나, 그렇지만 자신의 불확실한 상황과 사랑이라고 확신했던 이에 대한 의심은 결국 그녀를 파멸로 이끌고 간다. 이를 통해 요즘 드라마에 등장하는 불륜의 모습들이 이미 한 세기 전에 톨스토이의 작품으로 세밀하게 표현되었음을 보게 된다. 반면에 레빈이라는 인물은 - 나는 이 인물에 대해 더 많은 관심으로 작품을 읽었다. - 지주인 자신과 매일의 노동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농민들을 대비하면서 이렇게 불공평한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또한 형의 죽음을 통해 삶과 죽음의 문제, 모든 인간이 해결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다. 이러한 레빈의 모습을 통해 나 스스로도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고, 삶의 방향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게 되었다.

 

이 작품은 하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삶의 다양한 방면을 얘기하고 있어서 읽는 중간에 어려움이 좀 있었다. 한편으로는 번역에도 좀 아쉬움이 있었다. 원문을 알 수 없는 나로써는 확인할 수 없지만, 세밀하게 표현된 부분들을 전부 번역하려다 보니 우리말로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톨스토이의 작품을 제대로 경험해보았다는 데 위안을 삼고, 다른 작품들도 도전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