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송이 몸을 움직여 두 손을 잠옷 윗도리 호주머니 속에 쩔러넣고 등을 가볍게 구부린 채 맨발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기로 시작했을 ?,그의 모습은 마치 한 떼의 구름이 달이나 가로등,등대나 아니면 하늘,어쨌든 바깥 세상을 노란빛으로 비추는 어떤 것 앞을 가로막듯 지나가고 있는 것 같았따. 순식간에 원래의 안색을 되찾은 프랑수아 베송은 눈을 뜬 채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의 눈자위는 거무죽죽했고, 호흡을 할 때마다 소리가 났다. 한 시간 전부터 베개 위에 한쪽 귀를 대고 누워 있었기 때문에,그쪽 귀가 다른 쪽 귀보다 더 붉어져 있었다.
그는 걸었다. 맨발로 발가락을 오므리며 차가운 방바닥 타일 위로 한 발씩 앞으로 내려놓았다. 아랫배가 테이블에 부딪히게 되었을 때어야 비로소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불현듯 그는 책상 측면 서랍 하나를 거칠게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 희끄므레한 어둠 속에서 그는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서랍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잡다한 물건들-때문에 손소건,더러운 양말들,수첩,금간 선글라스,면도날,장난감 권총,잉크 먹은 분필 조각들,우편 엽서,이탈리아제 성냥갑,'라 누에바 하바나' 여송연 케이스,온갖 종류의 종이와 마분지들,에어 프랑스 대항로 스튜어드 지망자 신청서류,거울 조각,영불,불영 사전,슈티글 회사제 잔받침,자석,눈 내리는 런던 어느 거리에서 찍은 자신의 사진,방창고 뭉치와 끝이 부러져 나간 가위,여구너,커프스,단추들,시계가 떨어져 나간 손목시계 줄,열쇠 없는 열쇠 고리,칫솔 없는 칫솔갑-을 전부 다 꺼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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