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직 어렸던 1970년대와 80년대에 우리 가족은 당시 프록터앤드갬블의 유럽본부에서 변호사로 재직하던 아버지를 따라 벨기에에서 살았다. 우리는 브뤼셀 외곽의 이곳저곳으로 여러 번 이사를 다녔는데, 단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늘 똑같은 사진 몇 장과 기념품을 벽난로 위 선반이나 창턱에 세워 놓곤 했다.
근위병 제복을 입은 아버지의 사진, 아버지와 어머니의 결혼사진, 호주 태생의 친할아버지 라이오넬과 친할머니 머틀의 사진과 더불어 흥미롭게도 세 장의 영국 왕실사진이 함께 있었다.
(/서문 중에서)

내 가 여기 온 이래 대화 도중에 말이 끊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소. 상대가 누구든지 말이오. 매일 읽기 연습을 한다는 것이 시간 내기가 좀 어렵지만 그래도 짬이 날 때마다 연습을 하오. 특히 운동한 뒤 숨이 찰 때 한다오. 이것 역시 실패한 적이 없소.
선 생의 지도가 나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소. 앞으로 남은 몇 달 동안도 내가 계속해서 그 모든 것을 실천하고 염두에 둔다면 절대로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오. 이제는 더 이상 숨 쉬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소. 그 기초가 워낙 튼튼해서 말할 때 거센 파도가 밀어닥치더라도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오. 입을 벌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확실히 전보다 크게 벌어지오.
그대도 ‘King’에 대한 나의 두려움을 기억하실 거요. 나는 선상에서 매일 저녁 식사 때 그 말을 하오. 이제는 더 이상 그 말이 두렵지 않소.
(/ p.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