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기무라 다이지 지음│황미숙 옮김│올댓북스 刊   

 

한 나라를 쥐락펴락 주물르고 한 시대를 풍미한 미녀(일지는 몰라도)들을 매개로 그 시
대의 미술사를 들여다 보는 멋드러기 그지없는 역사와 미술의 융합인 매력적인 책이다.
유럽사의 결정적 순간과 한 왕조의 생성과 소멸에 이르기까지 처처에 미녀들이 있었다.
그 역사적 미녀들의 욕망을 다룬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초상화 속 미녀들이 들려주는
소소한 역사 팩트도 그림들과 잘 엮여져 흡족하다.

 

많은 과목들 중에서 역사를 선호하고 미술도 기호하는 독자에겐 안성맞춤인 책이다. 게
다가 미녀들을 히로인으로 하는 세계사 내러티브는 싫증도 안 날 뿐더러 되레 점입가경
의 지적 포만감을 주입해 준다.  서양 미술사를 화사하게 수놓은 미녀들의 미소 두에 숨
겨진 비하인드 히스토리는 자못 흥미진진하다. 부르고뉴 마리 드 공녀와 촌띠기 합스부
르크가 막시밀리안의 정략적 혼인은 근세까지도 유럽을 주름잡은 합스부르크왕조의 기
초라는 등등 재밋는 역사가 널렸다.

 

측면에서 정면으로 그리고 4분의 3의 각도의 미인들 초상화 변천 과정은 자못 흥미롭다.
알프스 이남과 이북의 초상화 비교는, 북방 플랑드르 회화는 전통적으로 세밀하나 고대
로 부터 르네상스 발상지 이탈리아에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다는.  르네상스 회
화의 창시자 마사초 이래 이탈리아는 플랑드르 회화에 열광하며 좀 더 사실적인 3/4 각
도를 보편화했다. 서양 미술사가인 저자 기무라 다이지 木村泰司의 다른 저술들도 찾게
되는 동기를 부여하는 마중물 책일 듯.

 

나라를 망하게 한 경국지색 요망한 여인의 이야기는 없다. 모처럼 이시벨라 데스테 만토
바 후작부인의 우아한 살롱에 초대받는 호사를 누린다. 미녀들의 초상화를 빙자한 그 시
대의 역사를 자연스레 듣는다. 그녀들의 운명적 사랑과 비극 권력과 욕망이 뒤엉킨 드라
마틱한 친퀘첸토 시대의 셀레브리티와 거장들을 만나면 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흰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은 그의 모나리자 보다 더 좋아 보인다면!?

 

썩 괜찮은 책이다. 굳이 책장에 껴넣지 않고 수시로 뒤져보는 책상 위 작지만 아주 중요
한 서가에 꽂는다. 현혹시킬 정도의 절대 지식은 역사가 준다는 사실을 또 실감케 한 冊.

미녀들의초상화가들려주는욕망의세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