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라                    

최진기 지음│스마트북스 刊

 

고전은 덕목을 쌓을 수 있는 첩경일 뿐더러 지성미를 두텁께하는 모든 학문의 기초라
고 사려된다. 늘 [**** 에 빠지라] 는 시리즈로 장안의 화제를 일으키는 인기강사의 유
혹에 따라 이 참에는 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지는 것도 여러모로 학문의 진작과 인격의
함양에 유익하겠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저자가 앳띤 (?) 31살이다. 젠장 내 나이에 여태 뭘 하느라 애송이한테 한문 투성이 동
양고전 해제를 설파당해야 하는가 하는 자괴감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럴지라도 달
리 뾰족한 솔류션이 없으면 그냥 배우면 될지어다.  더구나 막 이립(而立)에 이른 저자
최진기의 지적 꾀임에 빠져 벌써 세 번째 바다에 빠져 들고 있음에야 더 말은 해 뭐허
랴. 아예 체념하고 옛날 훈장님네들 선창을 따라 하듯, 소리내어 읽어 보는 수밖에.

 

한문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는 한문화적, 문명적 특성을 지닌 우리에게도 동양고전은
여전히 난해하다. 아마도 오랜동안 한글 전용교육의 폐해일 게고 후유증일 게다. 각설
하고 큰 판형으로 동양고전의 백미인 子자 돌림의 성인급 사상가들을 통해서 역사, 사
회, 철학 등을 집성해 놓은 동양고전의 바다에 빠져보자는. 책으로 읽고 첨부된 DVD로
다지고 큰소리로 명문들을 읽어보자 것이다. 재미를 느끼는 것은 각자의 몫일 뿐.

 

장자의 호접지몽 세계는 유명하다. 그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는 것은 만물이 모두 같은
것이라는 만물제동萬物齊同의 사상이란다. 저자의 풀이가 이지하니 이지하게 깨닫는
것이지 장자도 보통 난해한 분이 아니다. 장자의 소요유 逍遙遊 세글자가 모두 논다는
뜻이다. 독자야 소요산엘 갈 때마다 무심코 놀러갔지만 장자는 잘 노는 것이야말로 인
생 철학의 핵심이라 본 것이란다. 후세의 독자의 철학과 통섭일 줄이야 逍 · 遙 · 遊라!
다시 한 번 되뇌인다.

 

장자와 데카르트는 동서고금도 다르지만 인식론도 사뭇 다르다. Cogito ergo sum 코
기토 에르고 숨 명제는 서양의 근대적 사고의 출발점이고 나의 존재 인식론만은 확실
하다는 이야기다. 반면 장자는 만물제동의 사상으로 모든 걸 믿고 본다는 데에 인식이
확연히 다르다.  실존주의적 서양 현대사상의 귀결은 이미 2천년 전에 장자의 모든 사
물은 별 다를 바가 없으니 같은 존재로 대우하라는 가르침에 놀랠 수 밖에.

 

동양고전은 심연이 그윽하다. 일일히 따져싸는 서양철학과 달리 깊은 사색을 요구하니
빠져들어야 맥이 잡힌다. 빠져라와 들(憑)려라는 동의어다. 같은 의미의 몰입의 강조다.
아무리 공맹의 환경에서 생장하여 실존이 판치는 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책에 하루 10분씩 토달린 고전 명문을 자꾸 소리내어 읽다보면 터널의 끝은 보일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