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COLOR                                     

안느 바리숑 지음│채아인 옮김│EJONG 刊

 

직업상 컬러풀한 것을 다루는 것이 일상사다. 빨간색 염료를 추추하는 비용이 워낙 비싸
서 왕과 귀족만이 사용할 수 뿐이 없이 귀한만큼 레드 카펫의 기원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몰랐다. 흐릿하던 시야가 안경을 쓰면서부터 맑아지고 뻥 뚤린 기분을 앉겨주는 색감 책
을 놓고 한참을 뜸을 들인 다음에야 들추기 시작한다. 

 

색의 족보를 따지고 색의 역사를 다룬 책이라니. 책을 보다 보다 벼라 별 책이 다 있구나.
빨간 색을 띄는 적토는 인류가 사용한 첫 번째 안료란다. 장례에 사용했으며 도자기와 섬
유에는 물론이고 중세시대에도 수도승들이, 페르시아에서, 마야문명이, 친퀘센토 초기에
숱한 예술가들에게 사랑받는 색상이다. 오죽하면 삼원색인가. 흙을 이루는 산화철이 빨간
색의 모태인가 보다. 그밖에 일곱가지 기본 색의 원료와 역사를 색색이 가려 살펴 준다.

 

이참에 컬러에 대한 총체적인 서술로 빼곡한 이 칼러플 책은 독자 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크리에이티브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머스트해브북must have book으로 안성맞춤이다.
정관사 'THE' 를 주저 없이 사용할 몇 안되는 책이다. 롱텀으로 뒤져볼 책으로 궤상의 우
측에 매김한다. 또한 테너리Tannery에, 와이너리Winery 에 갈 때마다 염붕 외듯, 가방에
모시고 다닐 책이란 말이다.

 

우리처럼 색을 표현하는 어휘구사가 풍부한 민족이 어디에 또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일
체 언급이 없다. 미술과 민족학을 전공했다는 저자의 편협한 지적 추구에 냉소를 보낼까,
말까다. 세계 10위권 경제 볼륨을 가진 나라 치고 쪽빛을 자연에서 창조하는 민족이 지구
상에 또 있겠느냐 말이다. 그런데 있으니 자존심이 상해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저자는 하얀 것을 색으로도 안보지만 무시 하지도 못하는 미니멀리즘에 입각한 무채색이
아닌가. 소위 말하는 흐리멍텅한 회색주의는 질색이듯.  감정을, 느낌을 색으로 표현하는
시대에 색에 대한 바이블을 만난 것이다. 하얀 색에 집착한 어느 디자이너는 추레한 신체
를 가리는 데에 주효하게 썼다는. 그도 하얗게 물들이고 나도 물들인 책이다.

 

브릭스 높고 광채가 나는 책으로 색깔을 다룬 책인지라 패셔너블해서 그지 없이 좋다. 요
즘 한창 트렌드인 '힐링healing'이라는 색감적인 어휘를 사용해도 될만한 책이다. 사철 방
식으로 꿰매어서 페이지 전면을 펼쳐도 왜곡 없이 얇은 책처럼 저항이 없다. 고급한 내용
에 우아한 책이다.

세계를물들이는책이다THECOLOR, 우아한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