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튼 /                                

케이트 모튼 글 문희경 옮김 지니북스 刊

20세기초 영국 에식스 지방의 리버튼 저택을 무대로 벌어지는 서정적인 소설이다.
영국의 여왕들은 수명도 길고 장기간 재위하며 통치를 하는 게 숙명인가 보다. 에
리자베스 1세가 그렇고 빅토리아 여왕도 장장 62년이나 통치했으며, 현 에리자베
스 2세도 아마 그 기록을 넘길 모양이다. 그녀들의 통치의 끝은 으레 획기적인 시
대 변화와 과도기 내지 전환기인 만큼 한다하는 작가들에게는 소설의 주제와 배경
과 모티브를 제시하는 시대가 아닐까

현대로 넘어오는 격동기 영국 상류사회를 미쟝센으로 하는 소설 속에는 늘 집사와
하녀가 중요 인물로 등장한다. 여왕과 집사, 하녀와 세계대전은 그 시대 생활상과
그시대를 마감하는 소품이나 도구로 필수적 구성 요소다.  제인 오스틴, 에밀리 브
론테 같은 영국의 여류들의 소설은 늘 재미 있는 것도 역사를 배제하지 않는 맥락
이 통하기에 두고두고 읽히는 게 아닐까. 그녀들과는 근, 현대를 달리 하지만 같은
영연방 정서와 문화권인 오스트렐리아에서 성장한 케이트 모튼의 'The house at
Riverton'도 그리 알고 읽으면 재미가 배가한다.

14살에 미혼모 엄마의 대를 이어 귀족 하트포트 장원 리버튼에 막내 하녀로 들어가
면서 하트포트 자매를 둘러싼 로맨스와 하녀와 주인의 신분인 동갑내기 그레이스와
해너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귀족사회의 격동기 넘김에 사랑과 우정이 오버랩 되는 구
도로 하녀 그레이스의 모노로그만으로 채운 소설이다. 여성참정권이 없었던 시대에
리버럴한 상전 해너에게 올인하는 하녀 그레이스를 통해 포스트 빅토리아 시대에 전
쟁과 격변기 풍랑속에서 능동적인 여성을 서사한 에드워드 시대를 베이스로 한 소설
이기도 하다.

제1차 세계대전의 전운이 감도는 시대에 영국의 귀족의 영지 저택에서 파브로 피카
소의 그림이 추잡함으로 매도되는 미숙한 시대를 거쳐 늙은 노파가 된 하녀 그레이
스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회상으로 시작해서 대단원의 클로징까지 간다.  그 끝의 해
너가 그레이스에게 진한 우정과 재산을 남겨주는 편지는 빠삐용의 엔딩을 능가한다.

소설이 가독성이 좋으니 쉽게 즐거리에 식상하는 못된 버룻이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소설외적으로 뭔가 남는 게 있는 소설은 읽는 재미도 물론이지만 지식 배양
을 부가가치로 서브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