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악과의 만남                               

제러미 시프먼 지음│김병화 옮김│PHONO 刊

 

드디어 PHONO에서 실내악도 들려준다. 웅장하고 장엄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는 달
리 아기자기하면서 경쾌한 앙상블에 이끌려 실내악 연주회를 몇 번씩 쫓아가곤 했드
랬다. 클래식의 캐주얼 같은 실내악에서도 하이든,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차이
코프스키, 드보르작, 슈만, 브람스 등은 여전히 발군이다.

 

하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중견 단원으로 이뤄진 실내악단 '뮤지션스 프롬 뉴
욕필(Musician from New York Philharmonic )'이 다음 달 4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
트홀에서 내한 공연을 연단다. 1842년에 창립돼 꽤 오래된 정상급 교향악단이지만 관
람료는 8만원부터 22만원까지다, 젠장~ 숨이 가뿐 가격대라 언감생심이다. 이 실내악
과의 만남에 첨부된 주옥같은 CD 두 장으로 음악적 갈증을 메꿀 수 뿐이 더 있겠나.

 

뉴욕 필하모닉 체임버오케스트라만 실내악의 전범은 아니다. 이 책에 실린 런던 심포
니 브라스의 조반니 가브리엘리,  슈투트가르트 피아노 트리오의 베토벤 피아노 삼중
주, 등등 듣고 듣고 좋아 죽는다. 아시는가, 모차르트를 들으면서 모차르트를 읽는 호
사스러움을. 다시금 추사비(秋思悲)다. 가을의 초입에서 지랄같던 더위에 지치고 음악
성 실조에 허덕이는 독자에게 PHONO의 클래식 시리즈는 모르핀이다. 천만다행이다.

 

책은 하이든을 실내악의 아버지로 친다. 소나타, 교향악, 고전주의는 여러명이 아버지
로 불리우고 하이든도 영향력이 크며 역시 아버지로 불린다. 하이든은 미천한 태생에
보잘 것 없는 교육정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현악 사중주를 창조한 사람은 바로 하
이든이며 현악 사중주의 효시로 봐야한다는 얘기다. 뒤이어 베토벤, 슈베르트, 모차르
트, 슈만 등 기라성이 실내악을 완성해낸다.

 

43P 하이든이 연주하는 현악사중주 그림은 사뭇 열정적이고 교훈적이다. 아마도 책에
번들로 첨부된 CD1의 07번 현악사중주 5번 F단조 작품20을 연주하는 것이리라, 거침
없이 07번을 찾아 볼륨을 키운다. 시청각이 리얼타임으로 주는 음악적 오르가슴이다.
타악기나 관악기, 현악기만의 실내악의 격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웅혼하지는 않
을지라도 섬세하고 친밀한 음악적 대화는 더 농후해진다는.

 

실내악을 오붓하게 즐길지 모르는 사람에게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클래식은 대화다.

실내악, PHONO, 체임버, 뉴욕필하모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