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서재에서 딴짓한다                     

조우석 인터뷰 에세이 │ 중앙mb 刊

 

수 틀릴 때, 만사가 귀찮을 때, 뭔가에 골몰할 필요가 있을 때에 책속에 묻혀 버리는 것
이 최적의 현실도피가 된다. 너끈히 그럴 수 있는 서재는 남자의 베이스 캠프이자 은둔
처로 손색이 없다. 즉 서재는 보호색을 띈 성채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한다하는 샐러
브리티들의 서재를 엿볼 수 있는 남자는 서재에서 하는 딴짓거리를 뒤져보자.

 

비록 6.875 평방미터의 골방이지만 서재랍시고 폼새를 갖춘 독자는 럭키보이라 하겠다.
독자의 최후의 보루이자 성채인 서재는 최고의 요새다.  서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
지만 딴짓거리를 자행(?)할 서재가 있는 인생은 복받은 인생이다. 반듯하고 근사하고 그
럴듯한 서재는 남자의 프라이드를 한껏 높혀 주거든.

 

각설하고,
이 딴 짓하는 책에 등장하는 선택된 사람들은 그런대로 자신의 분야에서 나름대로 일가
를 이룬 샐러브리티들이다. 때로는 서슴 없이 갈짓 자 횡보를 보이기도 하는 별난 사람
들이로세. 그들이 지탱해온 삶의 철학과 인생관과 삶에 대한 성찰을 그들의 최후의 보루
에서 관음할 수 있음에야. 더할나위 없는 서재 책이다.

 

요즘은 어디서나 최재천 교수를 조우하면 반갑다. 최재천 교수는 방대한 독서량이 지식
학자로 인기 가도를 달리는 대퇴부의 펀더멘탈일 게다.  그러나 그의 명성에 비해 서재
는, 천방지축 물만난 개구리처럼 놀아나는 카수 조영남의 벽지같은 서재에 비해서 상대
적 비교열세 측면이다. 내면이사 언쿨(uncool)한 조영남이랑 비교우위겠지만. 曷~

 

만화가 이원복 교수는 그야말로 인간답게 산다. 말미에 삶의 미니멀리즘을 구현하는 이
왈종 화백도 인간답게 혹은 선승답게 산다. 그 둘은 교육적인 만화의 효시였으며 (먼나
라. . 에서 배운 게 한 두개가 아니다) 고리타분한 산수화 위주의 한국화를 바로크풍 회
화주의로 승화시킨 분들이다. 두 분 다 부유함도 즐기는 예술가들이라 더 존경스럽다.

 

누구에게나 멋드러진 서재를 갖는 건 로망이다. 그 서재는 아카이브이며 사색의 정원이
기에 남자의 최후의 자존심 영역으로 지켜가고 싶은 우피치다. 만화 가개처럼 빼곡하고
즐비하게, 그러나 읽지도 않은 책으로 인테리어 삼아 중구난방으로 꽂아 놨을지라도 그
렇다. 비코쟈,  서재는 홀로 딴짓거리 하는 수작이 보장되는 유일한 곳이라 만토바 후작
부인의 살롱도 안 부럽지.

 

저자는 문화부 기자 출신으로 모든 것을 문화로 재는 일을 주로 하며 글 줄 꽤나 써대니
필모그래피도 숱하다. 저자가 만난 한 타스의 남자 중 몇 명은 건너뛰어(skip) 읽어도 크
게 손해 볼 게 없는 글솜씨를 부렸다. 그는 또 한 명의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한 셈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