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되옵니다   
이동식 지음│해피스토리 刊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총선에 이어 제왕적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대선에 즈
음하여 시의적절한 책이 도래했다.  절대 권력자에게 좋은 일을 권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하고싶어 하는 일이지만 반대를 진언하는 일은 상당한 기교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목숨을 내놓고 '아니되옵니다' 를 주청한 5000년 한·중 고대사의 기록들을 추적하여
오늘의 정치현실에 대입하고 귀감을 삼을 수 있을런지 여전히 의문시되지만 소통의
정치학을 다룬 책이다. 전제주의 하의 절대 군주에 대한 항의와 주청의 길이 꽉 막힌
시대의 백성은 고달펐겠다. 현대에도 군부독재 통치 하에서 고단했던 기억이 새롭다.

 

인터넷이 만연한 현대와 비교 우의적 측면에서는 우습지만 전제군주와 공맹사상의
사슬과 질곡에 얽힌 유교사회의 의사표시와 소통을 이루려는 문장력과 레토릭의 치
열함에 선비들의 기개를 알 것도 같으다. 절대권력자에게 진언하는 일은 어휘구사에
고도의 기교를 요하는 일이다.

 

상소와 주청을 올릴 때 題하기를 諫, 論, 乞, 奏, 請, 등, 접두어로 시작하는 제목만 봐
도 간청하고 의논하자며 구걸하고 아뢰고 바라고 따지고 베풀어 달라는 일방적 청원
이다. 그 비답과 수렴은 절대자의 알량한 아량일 뿐이다. 언로라는 개념 조차 희미하
던 5000년 전이나, 현대에 이르러 역대 정권의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세무조사 명
목의 언론 탄압과 그 맥락을 같이하는 것 같잖은가.

 

그나마 절대 권력자에게 상소를 올릴 수 있는 계층은 한정 돼 있었다. 사회의 메인스
트림을 이루는 엘리트는 특권층이였지만 역시 생사여탈을 거머쥔 황제의 자의적 처
분과 예상할 수 없는 진노와 베품에 따라 영욕이 갈린다. 현대에도 재벌 하나쯤은 우
습게 도태되는 사태를 봐왔으니 함부로 '아니되옵니다'를 할 일이 아니겠다. 젠장.

 

지은이 이동식 30년간을 현장에서 뛰어 다닌 방송 저널리스트로 경력도 화려 하지만
이런저런 필모그래피도 상당하고 저술도 상당하다. 문화부 기자로 백남준을 소개했고
이응로와 이우환, 윤이상 같은 예술인들을 조명하는 등등, 문화권력을 누리는 현 KBS
비즈니스 감사를 지내고 있다. 

 

모두 33 장으로 카테고라이즈 해서 5천년 한·중 역사 기록을 바탕으로 간략하지만 인
물의 역사적 배경과 시대상과 품평은 이해에 도움이 된다. 해박하고 단아한 문장력이
오랜 기자생활의 경험의 소산으로 읽는 재미가 솔찬하다. 한 번 더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