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 /        

김호경 지음│한경 BP 刊

60년대생은 5.16 쿠데타와 같이 태워난 세대다. 그들은 베이붐 세대가 아니다.
그들은 카키색 문화가 물씬 밴 군사문화와 함께 자랐지만 사뭇 안티 밀리터리
즘을 그 시대의 지식인의 라이센스로 여기는 저항의 시대를 살아왔다. 그놈의
군사독재 억압정치 알레르기는 60년대생의 아킬레스 건이며 원죄가 아닐런지.

뭐니뭐니 해도 그시대를 풍미하든 필기구 모나미153은 여전히 국민 필기구이
며 심플한 디자인과 단순한 작동성은 명품이 따로 없다다. 잉크똥이 질질 흘러
서 휴지에 문질러 가며 쓰던 추억은 60 년대 추억 중의 백미다. 백년하청으로
시간이 무시당한 채 한 치의 변화도 개선도 없이 여전히 그 기능 그 디자인 그
대로 지금도, 장래할 시대에도 쓰이는 걸작이며 진정한 명품이다.

고려 무신정권의 정중부와 최충헌을 능가하는 철권정치로 억업하던 전두환은
통치자일까 살인마일까. 20세기 문명시대에 불구하고 벼라 별 잡다한 권력에
시달려본 60년대 전후 세대에게 전두환은 잊을 수 없는 사람 중에 사람이다.

그의 공과를 따짐은 부질 없는 짓이다, 권위적인 군사정치 권력은 상투적으로
쇼비니즘을 부추기며 거기에 기대며 생존한다. 매일 오후 5시 정각에 어김 없
이 울려 퍼지던 애국가의 쨍하는 심벌즈 소리에 모든 동작을 멈추게하던 국기
하강식은 꼴볼견이 아니였던가.  부끄러움도 추억이 되는 60년대의 씁슬한 이
야기다.

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추억과 낭만이지만, 반작용으로 우리들의 불행했
던 순간들도 추억이 되는 게 못내 떫다. 암울한 시대에 방황하던 학창 생활은
난쏘공으로 대입해가며 달랬다. 종3에서 동정을 날리던 치기도 추억이 될 거다.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는 모든 가치중 최고의 가치라는 말이 실감 난다.

이 책은 단 숨에 읽으면 안된다 두고두고 반추하고 곱씹어 볼 추억의 텍스트다.

이 책이 용케도 잘도 추려낸 60년대의 사회를 이루던 생활상은, 그리움 자체만
으로도 추억이 되고 반추물이 되는 풍물과 순간들은 늘 가슴 뭉클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