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지식 클럽 /                     

이재현 지음│씨네21 刊

저자 이재현을 일컬어 지식비평가라 한다. 무척 부럽고 고급하고 문자향 물씬
풍기는 직업군이 아닌가. 요즈음 들어 인문학이 트렌드로 간다. 예능하는 사람
들 말마따나 대세이며 대박날 조짐이 보인다. 저자는 인문학의 펀더멘탈인 언
어 구사를 쉽게쉽게 튜닝해서 말하는 재간이 있다. 현학적이지 않되 이런 저런
썩 괜찮은 사람들을 불러 내어 조질 수 있는 지식의 숱이 많고 숲이 두텁다.

저자의 전력이 삐급좌파였는지를 불문하고 여러사람을 불러다 놓고 인문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은 신선하다. 사회주의자를 망라한 범좌파는 대체적으로 야
유와 궤변과 강변에 능하다, 원래 좌빠들이 대체적으로 우파보다 학구열이 더
쎈 편이라고 그렇게들 여긴다. 조정래 태백산맥에서 염머시깽이도 김아무개도
유식하게 그려낼 때부터 알쪼였잖나. 타이밍이 어긋나 북한의 해괴한 3대 세습
이벤트에 대해 저자의 예의 신랄할 분석과 언급을 못봐 몹씨 아쉬운 부분이다.

어쨌거나, 저자가 연결, 확장, 비교, 상상하며 자의적으로 불러 낸 사람들과의
내러티브는 다양한 지식의 발로다. 글 줄 꽤나 쓴다는 문필가 중, 레토릭의 태
두 키케로에게 빚지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게다. 이건희 회장의 창조적 경영을
마누라도 자식도 다 바꾸라는 걸로 비틀며 인문학을 살리자는 서생적 결론도
출은 바람직하다. 인문학은 양의 동서고금을 막론코 소중한 베이스가 아닌가

속창아리에 들어있는 이념까지는 몰라도 표피적으로는 로선을 바꿔타고 도지
사니 특임장관이니 입신출세하는 사이비 삐좌들이 즐비한 세태에 저자는 심지
가 굳어서 호감이 간다. 전과는 밉지만 인간은 밉잖다는 격언이 맞아 떨어지는
세태에서 지식인들은 좌우를 막론하고 늘 외경스럽다. 소위 지식을 추구하는
지식인然 사람들이 볼만한 책이다, 간만에.

지적호기심을 채워주는 지식 디스커버리는 열락감과 쫄깃한 식감도 느끼게 하
며 시시껄렁한 이론보다 감정을 흔드는 글솜씨는 자학적 자빠에게도 여전하다.
저자의 해박한 글놀림은 학문적 동인(Motivation)을 충분히 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