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립 /                                

월리암 안츠 마크 빈센트 벳시 체스 공저 박인재 옮김 지혜의나무 刊

솔직히 우리는 양자물리학이 뭔지를 잘 모르며 쿼크, 원자, 분자 정도로 안다.
독자가 이 책을 접하기 이전에 이미 What the bleep do we know!? 라는 제
목으로 다큐멘타리 사상 최고의 성공작으로 손꼽힌다는 서두의 소개를 봤을
뿐이다. 블립은 삐~하는 방송에 적합치 않은 말을 제거하는 음성 블러 모자이
크로 처리하는 불협화음이라고 이해하면 되지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아무 것
도 아는 게 없다는 의미로 쓰인다.

한동안 글 잘 쓰는 이어령 전 문공부 장관의 영성 운운하는 책을 보고 저 분도
신을 신봉하는 지식인이구나 하는 정도로 건성으로 봐 넘기고 있었는데 블립
이 이야기 하는 양자물리학과 영성, 신경생리학에 관해 놀라운 사실들을 밝히
고 있다. 다분히 형이상학적 측면으로 물리학과 영성은 궁극적으로 맥락이 닿
는다는 이야기를 펼쳐 준다고 할런지.

뭐랄까, 과학과 영성의 접목이며 한참 뜨고 있는 통섭이라 하면 견강부회가 되
기 십상이지만 몰입과 집중이 필요한 서술이 난해하지만 몇 해 전 시크릿이라
는 책이 출판계와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는데, 바로 이 책 블립bl
-eep을 본 딴 것이며 영감을 제공해 줬단다.

어쩌면 물리物理는 문리文理와 통할 수 있다는 느낌을 이 책을 읽는 내내 받는
다. 그러나 양자는 도대체 무슨 분야의 과학인지도 막연하기는 매일반이다.  사
실 노벨상을 수상한 고명한 과학자들도 양자 이론을 이해하지 못한단다. 그 양
자 이론은 이런저런 모순과 개념적으로 혼란을 주는 이론이라면서도 무시할 수
도 없다는 어느 박사의 발언은 독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법사의 세계도 다루는 이 책은 판타지 소설로 전대미문의 히트를 친 해리포
터 시리즈도 차입해서 거론한다.  과학과 소설도 교류가 가능하다는 이야긴지
는 모르겠으나 지루한 일상을 무한한 가능성으로 체인지업하려는 의도는 확실
하다. 난다긴다하는 여러 분야의 14명 학자들의 서술을 여과 없이 거듭 읽었으
나 여전히 혼미스럽다. 복잡한 수식만큼이나 과학과 영성의 접목은 理解難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