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재기 지음 세계로미디어 刊

독서왕으로 알려진 해박한 교수 민재기님의 수상록이다. 그 자제분들이 운영하는 출판사
책이며 책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회사의 책이라 무척 이쁜 양장본이다. 게다가 문자향 서
권기마져 그윽한 러브에 관한 메타포어와 명상과 에피소드와 아포리즘의 모듬집이랄까.

15쪽 색향 란에 3대 색향으로 평북 강계, 평남 평양 경남 진주를 들고 이 세 군데  색향의
공통점으로 큰 강가에 가까이 있으며 맑은 물가에 미인이 많이 난단다.  호치(皓齒) 새하
얀 이, 단순(丹脣) 붉은 입술, 아미(蛾眉) 가는 눈썹, 명모(明眸) 맑은 눈동자, 설부(雪
膚) 새하얀 피부를 말하며 마음씨도 고와야 미인이라며, 피부가 하야면 일곱가지 흠결이
캄퓨라치 된다는 생각을 견지하고 있는 독자의 마음도 알아주어 더욱 공명을 하게 된다.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사는 유일한 동물이라며 사랑을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두고자하는 저
자의 의도를 읽어내려 가는 맛이 새록새록하다. 71쪽의 그리스어 4가지 사랑구별은 상식
으로 외워두면 어딜가든 현학적인 인상을 받을 수 있겠다싶어 읽은대로 간결히 메모를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아래 단락으로 옮기면,

스토르게storge 는 혈족으로  피로 얽힌 사랑이며 피는 물보다 진한 아주 강한 사랑이다.
에로스 eros 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로스 신이며 남녀 사이의 애정으로 가장 진하다.
필리아philia 는 우정을 의미하며 애정만큼  그 강도가 강하지는 않으나 지속성이 있단다.
아가페agape 는 성서적 사랑을 뜻하며 흔히들 에로스와 대칭으로 비교되는 측면이 강하
고 절대적 사랑으로 치부하지만, 아~! 무슨 사랑의 양태가 이리도 오묘한가.

그러한만큼, 파더 데미안과 마더 데레사의 자기희생적이며 이타적 사랑과 카르멘과 토스
카에 나오는 육욕과 정염, 배신을 일삼는 형이하학적 사랑을 구분해 설파해 줄 후속 사랑
론을 잔뜩 기대해 본다.  그래서인지 러브 도미노의 연쇄작용은 여운은 찐할 수뿐이 없다.

러브도미노, 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