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인물연구원 지음, 타오름 刊

이렇게 외양이 단아한 역사책은 처음 본다.  은은한 파스텔톤으로 문자향서권기가 물씬
풍긴다. 각 권의 말미에 실려있는 고려시대의 관작 제도 지명 변천과, 전체 한국사 연표
같은 부록 묶음은 웬만한 역사학도의 텍스트를 넘어서는 데이터 베이스의 구실도 해 낼
만큼 탄탄하다.

고려사 역대왕 34명 중 절반이 쫓겨났다. 졸지에 참살 당하거나 퇴위를 당했다. 게다가
24대 원종부터 30대 충정왕까지는 즉위와 폐위까지 몽골 제국이 결정해 버렸다.이 책
의 근거인 고려사와 고려사절요를 엮은 조선조 초기의 학자들은 우왕, 창왕은 임금으로
보지않고 치지도외해 버렸다.  忠자 돌림 왕들은 왕건 고려의 순혈을 벗어난 요즘 희자
되는 말로 그야말로 다문화왕(?) 이다.  고려 왕조의 기운이 쇠락함에 원인하겠으나 결
과론적으로 이성계의 역성 쿠데타가 당위를 갖게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쿠데타에는 일가견을 가진 민족이다. 고구려 연개소문의 쿠데타
왕건의 쿠데타 정중부 최충헌의 쿠데타 이성계의 쿠데타 이방원의 왕자의 난 수양의 소
위 정난  인조반정  중종반정  임오군란 등등, 숱한 쿠데타에서 밀리터리 하극상의 유전
자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쿠데타의 압권은 박정희의 5.16이며, 아류인 전두환의 12.12
하극상 반란은 차라리 드라마틱까지 하다.  마치, 정중부 이의경 이의민 경대승으로 권
력이 이어지는 고려 무인정권의 답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했다.

전통적 보수기득권의 원조격인 김부식의 삼국사기 50 질 편찬은 우리역사의 영속성을
부여했다.  이자겸과 묘청 정중부의 난 그리고 최충헌 일가의 무신정권 등, 정쟁과 왕위
찬탈과 살육과 음모와 하극상으로 점철되고 거란 여진 몽골 등 외세에 휘둘린 나라이면
서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운 나라가 곧 고려다.

게다가 500 여년을 이어간 역사를 향유한 나라는 중국이나 유럽을 망라하여 세계사적
으로 드물다. 이야기 고려왕조실록을 덮으며 고려가 웅혼한 기상의 고구려를 상속하고
KOREA 의 원형질 이라는 사실에 자긍심으로 가슴이 뿌듯하다.

이 책 이야기고려왕조실록은 보통 책이 아니다. 그야말로 고려사의 모듬이며 엣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