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상 역사소설 / 생각의 나무  刊

조선 왕조에서 왕이 되지못한 세자 중에서도 제일 안된 경우에 해당하는 소현세자빈
강빈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본인의 입으로 덤덤하게 내레이션 하는 소설이다. 역사
소설 속에서 어느 시대의 창조적 자연인을 주인공으로 하지않고 실록이나 기록에 남
은 지배계급층의 특정 인물을 스토리로 엮은 소설같지 않은 역사소설이다.

조선조 최악의 임금이며 무능하고 정쟁에만 뛰어난 냉혹한 군주를 시아버지로 모신
강빈이 병자호란 참패로 청국에 볼모로 끌려가서 치욕의 연속선상에서 겪는 고초는
물론이고 내부의 적들과 음해와 훼방으로 쓰러져 가는 걸출한 여인의 이야기다.

그 당시의 천하관의 구심점인 청 제국의 복판에서 시장적응과 농사를 경영하며 이익
추구의 마인드를 소유하고 발휘해 실행에 옮겼다는 것이 현대에도 시사하는 바 크다.
강한 나라를 지향하는 야무진 여성 지도자가 배겨날 수 없는 꽉 막힌 현실 세계가 그
녀의 세상이 아니였다는 게 더 안타깝다.

비록 소설의 영역에 머물겠지만 철저한 고증에 의한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세계를 잘
버무려 오늘에 사는 이들에게도 억척과 현실 적응에 뛰어난 여성 CEO를 묘사한 소설
이다. 성리학의 질곡에서, 남성본위 질서속에서 청나라를 있게 한 팔기군을 벤치마킹
했다니 시공간을 넘는 뛰어난 여성이였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직관과 의지의 여인, 강빈이 나약과 순종을 미덕으로 강요 당하는 시대에 더구나 여염
도 아닌 궁중의 프레임에서 그녀는 살아날 길이 없었다, 자의든 타의든 정치에 얽매인
세자빈으로서 환국하자마자 남편을 여의고 자신도 별궁에 유폐돼 시련과 감시를 겪으
며 결국은 모질고 혐오 투성이 시아버지 왕에게 버림받아 폐세자빈이 된다.

다음 수순은 사약으로 명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결말이다 소설이지만 역사적 사실이기
도 하다. 아무리 상상력의 온상인 소설이라도 역사적 사실의 틀에서 벗어 난다면 이미
역사소설의 범주를 벗어난 헤리포터류의 환타지 뿐이 더 있겠나. 아쉽지만 거기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