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장영섭 불광출판사   

요즈음, 간화선 看話禪 에 대한 관심이  높은 때에 "길위에 절" 이 있다는 건 마춤하다.

방방곡곡 심산심처에 별자리처럼 널려 있는 괜찮은 절간 42 곳을 다니며  그 절간들의
풍물과 역사에 얽힌 에세이물이다. 저자가 찍은 절간 사진들은 분명 천연색이지만 튀지
않는 모노톤으로 선계의 고즈넉함을 풍기기엔 제격이다.  어휘 구사가 뛰어난 썩 잘 쓴
글과 꽉차게 배치된 질박한 사진들이 가지런히 지면마다 고졸하게 메꾸어 나간다.

책을 이룬 지질도 단가의 고하는 모르겠으나 무광임에도 은은한 광채가 나는 글과 선지
식과 선사진을 잘 흡수하여 촉촉해 보인다.  쓰잘데기없이 난반사만 일삼는 사틴 처리된
재질이 아니라서 읽는 이의 눈을 피로하게 하지 않으니 이 것만도 지극한 불성에 가찹다.

全燒와 重修의 지난한 반복으로 점철된 것이 우리나라 고찰들의 하나같은 역사다(38쪽)
조선중기 숭유억불로 인해 산속으로 쫓긴 불교는 샤머니즘과 결속해 근근히 연명하는 방
편으로  토속신앙들과 소통한 결과물이 절안에 산신당이며 칠성각이라는 지적에 儒佛仙
의 장르가 잠시나마 견제를 풀고 해체된 듯 보인다.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은 숨어있는 듯한 절을 세세히 소개시켜 주는 틈틈히, 절의 역사와
수모까지도 일러 준다. 석장승과 철 당간지주 300년이 넘은 해우소 목조건물, 돌무더기
와 풍화되서 분간이 어려운 마애불과 석불과 석등 등,  소소한 것 같지만 가슴을 찔러대는
사진들이 쪽마다 도사려 있어서 책장을 넘김이 두근두근거린 책이다.

의상이 창건하고 고운 최치원이 고양하고 도선국사가 중건한 의성 孤雲寺는 단연 명품
성 절간이리라. 반면에, 잘 다니던 원도봉 망월사 지장전 無爲堂에 청나라 말기에 대황
제를 칭하다가 민중의 데모에 요독증으로 죽은  위안스카이 袁世凱의 편액이 달려 있다
니 불쾌하기 그지 없다.  나의 무지와 무심에 화나고  선조들의 무기력함에 또 화가 난다.

"역사 밖의 역사, 역사가 무시한 역사는 알 도리가 없다"는 팔공산 부인사 편에서 저자가
간추린 말이다. 온갖 역사를 지닌 절들을 저자의 안내로 돌아보니 역시 산천은 의구하다.

지장전무위당, 원세개, 고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