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적은 말한다 

구본진 지음  중앙books 刊

강력범 전문 검사가 필적을 분석했다는 사실에서 이미 이 책은 흥미진진할 수 뿐이 없다.
필적으로 글씨로 성정과 기질을 알아낸다는 수사기법상의 얘기로 그치지 않고 기려학자
로 부터 필적학으로의 입문동기를 항일인사와 친일파의 필적감정에서 모티브를 찾는다.

사람의 인성과 품성도 기질과 성정, 심지어는 국민이 민감하게 열받게 되는 친일과 항일
도 가려내 진다는 저자의 주장이 새롭다. 예전에 신언서판은 양반과 학자의 덕목이였다 
그중에 書는 세 번째의 신사의 기준으로 숱한 명필을 생산해왔고 서예의 경지까지 발전
했지만 그 필체속에서 성격을  유추해내는 강력검사의 직업의식과 필적학적 기호가 시너
지를 넘어 어느 일정한 경지에 이른듯 하다.

게다가 저자인 구본진 검사의 필력이 유홍준이를 무색하게  뺨치는 내공이다. 지나치게
현란하지도 않고  현학적이지도 않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반득한 서술이 마음에 성
큼 와 닿는다. 물론 다루는 소재도 중요하지만 무미건조한 문어체에 치중한 논문식 서술
은 이제 식상해 가는 때에 제법 신선한 문장력이 필적을 논하니 안성맞춤이다.

저자가 아끼고 애지중지하는 명품 소장품 중 오세창의 三韓一片土는 글씨로나 한민족
의 기개로 보나 압권이다. 근역서화징으로 이미 유면한 오세창 선생의 우국지심이 절절
히 배인 졸박함이란 형언키 어려운 감동을 아로새겨 준다. 

단순히 시험대비용으로 줄줄 외웠던 상식 중 하나인, 한국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를 쓴
이인직이 악질 친일파였다는 건 충격이였다.  검찰에 피의자로 불려가는 전직 대통령의
부패 비리보다 더 큰 쇼크였다.  매국노 이완용의 비서였으며 한일합방에 크게 기여했고
유림들을 일제에 협력시키는 회유책을 맡었고 일본 신도인 천리교 신자로 죽을 때도 장
례를 일본식으로 했다니, 이런 지랄같은 글씨를 평가하는 저자나 독자나 착잡하다~喝!

저자의 안내로 우국지사 들의 고매한 글씨를 접하는 순간에 세상만사의 고뇌는 없었다
두고두고 반추하며 읽을 몇 안되는 책이다. 이 필적학을 소장한다는 자체가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