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우리교육 刊

열 두명의 사서교사들이 유럽의 도서관 문화를 만끽하고 배우고 분발하며 돌아 왔다.

유럽을 가면 정교한 양식의 건축물과 광장과 광장문화에 매료된다. 중세가 암흑기라
지만 풍부한 예술의 향기와 학문을 진작하던 자취인 도서관은  마음을 살찌게도 한다

유럽은 로마와 로마사를 좋아하는 역사학도의 로망이다.  유럽은 로마문명의 후예이
며 수혜자이며 문화의 계승자다. 유수한 두오모와  박물관 미술관들,  무엇보다도 메
디치가의 우피치(우피치는 오피스의 원류다) 도서관은 형편이 닿는대로 재차 가서보
고싶은 보편적 문명의 요람들이다.

유럽의 도서관은 빈티지가 충만하다는 사실만으로 책 좋이하는 이들의 동경심을 불러
일으킨다.  유럽의 도서관들은  딱히 설명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있으며 켜켜히 쌓인 책
이 풍겨주는 향기는 모든 향의 으뜸이다  QQ 하면서도 품위있는 그 냄새가 말이다

나무의자에 앉아 적당히 느린 삶을 즐기고 자기 일을 사랑하며 백년도 넘는 집을 가꾸
고  텃밭에 꽃을 심는 그들에겐 도서관은 자연스런 삶의 일부이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공간에서부터 각종 정보를 얻는 곳, 필요한 직업의 교육을 받는 공간으로 매김한 그곳
도서관이면 된 거다.

우리 동네에는 도서관이  두 개 있지만 하나같이 구석데기에 쳐박혀 있는 형국이라 찾
기 쉽질 않다. 학생 때, 남산 중턱에 있는 국립도서관에서 신새벽부터 좌석을 잡으려고
긴 줄을 섰던 기억은 도서관에 대한 추억의 시작이다 삭막하지만 맘껏 책을 볼 수 있는
자리확보 전쟁이였다 그땐 거의 아비규환의 환경이였다 다들 그렇게들 커 갔지만.

아씨시의 성자 성 프란체스코 수도원 도서관은 성스러웠다. 사진만 봐도 경건함과 역
사를 담박에 느낀다.  중세는 암흑시대다라고 불리는 여러 이유 중에서도 종교적 책 읽
기만 강요됐기 때문에 암울한 시대가 아니였을까. 갈리레이와 코페리니쿠스는 금서였
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접했다고 목숨을 잃는 끔찍한 시대에도 수도원 도서관은 여
전히 기능했단다. 팔만대장경과 8세기 성 프란체스코 수도사들의 양피지 필사 성경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의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긍지를 갖게 해주는 대목이다.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필수 순례지인 유럽의 각양각색의 도서관을 다녀 온 사서교
사들이 다닌 흔적과 픗픗한 글과 간간히 섞인 칼칼한 사진도,  유럽의 고색창연한 도
서관을 가고 싶은 충동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나라 각 지자체에서 문화 센타라면서
쓰잘데기없이 헬스장 수영장 학원 따위의 영업만 하지말고 도서관 확장에 심혈을 기
울였으면 좋겠다. 이름만 번지르르하고  건물만 으리떨떨한 문화센타엔 책이 없다.

이런 인문과, 인문을 아우르고 지향하는 책은 읽은 후의 뿌듯한 감동은 여운이 길다
다시 천착할 직업을 선택하라면 주저없이 "도서관 사서"를 택할 것이다 그것도 아예
최말단 직책으로 책을 벗하면서 책사태 속에서 묻혀 지내는 건 최고의 사치가 아닐까

아씨시, 성프란체스코,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