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지음  FORUM 刊

책이 시퍼렇고 제목이 가로 누웠다  그래선지 신선하다. 이 신선하고 청량한 책이 강원도의
대관령을 가족들과 함께 넘어가며  고향 강릉의 유적과 풍물과 음식과 바다를 얘기한다.

황금같은 20 대 초반을 군대라는 우중충한 회색 관념에 쌓여서 지내야 했던 유배지 같았던
강릉은 대뜸 경포대 해수욕장을 비롯한 천연의 피서지 정도로만 알려졌던 곳이였다.  꽤 오
랜 시공간이 흐른 뒤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은 덜 세련되고 투박한 도회지,  그 강릉이 고향인
작가 이순원의 텃치로 강릉을 포맷한 살뜰한 책이다.

해송 경포대해수욕장  하얀 바람개비로 전기를 만드는 풍력 발전단지는 동양 최대규모라든
지신사임당과 이율곡 오죽헌 선교장,  대관령 옛도로 소금강 허균 허난설헌 유적공원 그리고
정동진을 데려다 주는 바다열차가 강릉의 전부는 아니다. 강원도 특유의 후덕한 인심과 먹거
리 단오제 당간지주 등이 강릉의 속살을 까보여주는 천연색 사진이 싱그러운 에코-책이다.

우리나라 돈에 함께 들어가 이름을 드날리는 신사임당 이율곡 모자는 유교문화의 수혜자이며
전형이다. 반면에 허균 허난설헌 남매의 불운한 생멸은 강릉이 가진 역사다. 거의 같은 시대와
고향을 같이 하면서도 강렬하게 대비되는 운명적 결말에 격해지는 감정을 제어하기가 힘들다,

광화문 복원에 사용된다는 금강소나무를 벌채하기 전에 산신과 나무의 영혼을 달래는 위령제
가 열리는 강릉의 금강소나무와 단오제 그리고 경포대로 대표되는 파인시티 강릉에 가고잡다.

이 "강릉을 가고싶다"는 강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유인 서적이다. 작가의 오늘을 있게한 고향
에 대한 향수이며 고향을 절절히 그리는 사모곡에 다름 아니다. 가는 곳마다 아내와 딸도 등장
시켜 내러티브로 강릉의 내세울 수 있는 건 모두 내세운 향토심으로 가득한 서정적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