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음식이 좋다                                

글 · 일운│담앤북스 刊

 

사찰 음식이 현대에 사는 중생에게 이를데 없이 좋다는 것이사 다들 잘 알고 있지만 그
세세함에 대해서는 도무지 아는 게 없다.  우둔한 중생을 미혹과 식탐과 비만의 고해에
서 패키지로 제도할 수 있는, 마지막 대안으로 불영사 사찰 음식과 그 스님들의 레시피
와 그 유래를 몹시 궁금해 하던 차에 꽤 잘 만난 책이다.

 

아니 무장공비가 침투했던 울진에 이렇게 그윽한 절이 있단 말인가. 그것도 천 년 세월
을 담아낸 천축산 불영사계곡에 말이다. 청정하고 정적한 산사에서 나오는 음식은 모두
청정하고 담백하고 맛갈스럽다는 데 이의 없다.  수프, 죽, 밥, 국을 시작으로 사찰 음식
을 서폿트해주는 일운 스님의 세번 째 절간 음식 레시피다.

 

요즈음 요리의 본분을 망각한 요리사가 지천이다. 예능인이 다된 듯, tv에 나오는 것을
밥먹 듯 하는 요리사는 프로같은 아마추어지만, 불영사 주지 일운 스님은 아마추어같은
프로 요리사라해도 실례가 아닐런지. 우선 정갈한 비주얼에 신침이 돋치며 인생은 음식
의 역사이고 문화이며 생활이고 삶 그 자체다.  인간이 저지르는 모든 행위의 본질은 먹
는 데 있다. 인생의 삼분지 일은 자는 것이고 절반은 잘 차려진 식탁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던가.  그러한 맥락에서 자연 그대로의 솔직한 사찰 음식은 매우 중차대하다.

 

삶이 거칠어지고 답답해질 때 사찰 음식으로 느슨해지자. 무상함을 항상함으로, 무아를
자아로 더러움을 깨끗히해주는 사찰음식은 영육 양쪽으로 테라피가 가능한 음식이리라. 
가뜩이나 탄수화물 가루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아욱 수제비와 시금치 칼국수는 보는 것
만으로도 신침이 고인다. 다시마 메밀전은 마치 눌른 머리고기를 연상시키며 식탐을 자
극한다. 불감청이언정, 사찰 음식에 길들여져 제행무상의 사바세계에서 몸과 마음이 함
께 맑아지는 게 고소원이다. 섭생에서나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그것 참 잘 됐다. 이참에 미각의 전환점을 마련 해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비주얼도 되
는 사찰 음식은 눈으로도 먹을 수 있으니 더 그렇다.  푸짐해 보이진 않으나 지긋지긋한
포화지방산이 설 틈이 없는 사찰 음식이 최후의 보루가 아닐까. 안 먹고 살 수는 없잖는
가. 먹는 걸 빼고 정치 경제 문화  it까지 거론한단 말인가, 대안은 사찰 음식일 뿐이다.

 

책을 만나면 티저로 살펴보던 습관을 넘어서, 바로 몰입하여 광대역 lte 속도로 읽힌다.

사찰음식, 일운스님, 시금치칼국수, 다시마메밀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