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이 품은 한국사                            

이은식 지음│타오름 刊

 

이은식 박사의 한국사 시리즈는 현장 답사의 치열한 결과물이다. 지명의 유래에 품어
져 있는 역사를 발굴하는 로드 히스토리텔링은 늘 흥미진진하다. 때마침 역사 교육이
필수과목으로 본궤도에 재진입하는 만큼, '지명이 품은 한국사'는 그자체로 매우 의미
가 지대하다. 달리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되었겠는가.

 

년대기 순이나 외워 싸는 알맹이 없는 허망한 한국사는 이제 지양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심층적이고 학문적인 한국사가 아닐 바에는 이은식 박사처럼 한 장르에 천
착하는 사가들이 더 많았으면 한다. 우국정성이나 맹목적 징고이즘에 치우친 역사 교
육은 엉뚱한 극우를 양산하겠지만, 이석기류의 시대착오적 빨갱이의 설자리를 원천적
으로 배제할 수 있겠다.

 

저자가 평생 천착하는 한국사, 특히 조선사는 현장답사로 이뤄진 조선왕조실록급이다.
역사적 인물과 지명의 유래를 통해 알아가는 한국사 시리즈는 조선역사의 아카이브로
서도 손색이 없으며 수시로 랜덤으로 뒤져 볼 가치성을 발휘한다. 저자의 역사 수사에
는 서사가 배여있다. 이를테면, '호남은 전통적으로 어머니의 품속처럼 아늑하고 복사
꽃 살구꽃 피는 시정어린 고장'이라면서 향토의 역사성을 들춰낸다. a. 토인비의 말마
따나 '인간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이전에 땅의 역사라는 연역적 추론을 인양한다. 지당
하다.

 

이은식 박사의 저서들에는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일관된 교훈이 있다. sns가 범람하며
국어를 훼손하는 지경에도 약간은 고풍창연하지만 의연한 서술이 훈훈하다. 모름지기
5천년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에게 다문화는 아무래도 생경하다. 독자는 극렬한
제노포피아는 아니지만 그들에 대한 이질감은 어쩔 수 없어 기색을 김추기가 아주 難
하다.  우리네 전통과 문화가 변질되지 않는 한도에서 문호를 오픈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 하필, 보름달이 높이 곰돋은 한가위에 책을 읽으니 운치가 더 얼얼하다. 얼싸~

 

책은 한문 공부도 자동으로 되게끔 해놨다. 경대부卿大夫, 한강漢江 처럼 익숙한 단어
들의 한문을 구차한 (가로)도 생략하고 바로 붙혀놨으니, 멍청이가 아니라면 시나브로
습득이 되게 배려했다.  내가 사는 동네의 이름이 품은 역사와 유력 집안의 족보에 한
문 공부까지 두루 꿰어 매우 유익하다. 聞一知十이 뭐 별 건가.  책장에 마냥 꽂아놓고
방치할 책이 아니다.

 

지명이품은한국사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