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천자문   

조찬식 저│어문학사 刊

 

천자문 꽤나 읽은 사람은 어디 가서든 대우받고 행세하기 마련이다. 또 하나의 결정적
스펙을 갖춘 셈이다.  천자문이 천 년이상 유구하게 이어져온 우리네 공맹사상의 근원
이며 동양인문학의 아카이브라는 말에 동의 안 할 재주 없다. 아예 우리네 삶에도 dn
a로 분칠돼 있는 것도 인정하기 싫지만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중국에서는 해괴한 간자체 투성이라 외려 국내에 유통되는 한문이 정통성을 지키
고 있는 형편이다. 제딴에는 한문 좀 안다고 자부했었는데 4자씩 250행으로 나열된 천
자문에는 생경한 번자체도 있구나. 어차피 한문화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우리로서는 천
자문을 제대로 다져 익히는 것이 왕도라 사려된다. 4자씩 250행 스토리텔링으로 된 천
자를 첨부된 4개국어 cd로 익히면 적어도 白首가 될 일은 없으렸다.

 

한자를 무작정 등한시하거나 배척할 일이 아니다. 원인을 따지기도 싫지만 한글전용의
폐해는 심각하다. 게다가 자판기 등 it 디바이스의 범람은 한글까지도 괴발개발을 그리
게끔 망쳐 놓았으니. 만시지탄이나 한문교육의 중차대함을 깨닫는 계기는 빠를수록 좋
다.  다시금 천자문을 암송하고 붓글씨까지는 아닐지라도 문방사우를 소중히 하는 환경
을 조성한다면 얼마나 멋질까, 서권기 문자향은 고졸한 옛선비만 누리는 게 아닐진저.

 

천자문은 예나 지금이나 학문의 시작이며 펀더멘탈이다. 그 다음에야 스마트폰을 쥐어
주는 것이 아이를 위한 백년대계의 교육이 아닐까.  덥썩 스마트폰의 단맛만 익히는 아
이들의 미래는 암울하다. 에피소드 하나, 독자는 1983년에 달랑 샘플가방만 가지고 일
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스미마센'이 아는 일본어의 전부였고 무작위로 찾아간 점
포에서 초보적인 영어와 간지(漢字)로만 필설을 주고 받아 오더를 따왔다. 그때는 fax
가 첨단기기였으니 한문으로 오더를 주고 받았다는 무용담은 지금도 내 아이들에게 자
랑거리다. 아시아에서의 한문은 공통문화임을 새삼 느꼈다는.

 

바야흐로 글로벌 환경에서 천자문 오디세이는 그만큼 중요하다. 단순하게 천자문을 영
역, 일역을 해놨다고 해서 글로벌이 아니다. 한문이 끼치는 문화와 정서를 공유하는 데
에 그 의미가 크다. 부디 이 글로벌 천자문으로 '한문생활 2.0'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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