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람                                      

김학경 편역│보누스 刊

 

굴원의 [창랑의 물이 맑으면. . ]는 늘 읊조리며 써먹는 고전이며 생활철학이기도 하다.
어느새 가을에 접어들며 다시금 고전이 주는 선선한 서권기문자향에 심취해 빠져든다.
우라지게도 더웠던 작하의 횡포에 지친 심신을 고전으로 가누고 박리향을 흠향해볼까.

 

고전은 전형적인 클리셰cliche학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직스럽고 변화라고는 눈꼽
만치도 없는 고전에서 현대생활의 지혜를 꾸준히 모색해야 하는 것도 현실이다.  더구
나 독서삼도를 지향함은 지극히 마땅하다. 을야지람(乙夜之覽이란 왕이 밤에 책을 읽고
나라를 다스릴 지혜를 얻었다는)의 디테일을 커닝해 인생지람을 삼는 수밖에. 고전에는
반전도 뜻밖도 없고 오로지 정진 뿐이也.

 

결코 혼자 읽어도 크게 난해하지 않게 저자가 잘도 편역해냈다. 그시간에 CSI TV를 꺼
버려도 될만큼 크게 손해보지 않을 고전 중의 에쎈스일 터. 고전의 경각성 아포리즘은
있으나 솔류션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203p 서경 주관에 두려워하지 않으면 두려움에
빠진다는[弗外入畏], 지극히 당연한 말씀의 경귀지만 그 해결책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매사에 조심하라는 말씀인듯, 직전 페이지 스스로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는 말씀과
맥락이 닿는다.

 

사실말이지, 기원전부터 주~욱 내려오는 아름다운 미풍양속과 궤를 같이 하는 고전은
지혜와 통찰과 삶을 관조하는 인생의 향신료에 다름 아니다.  고전은 스스로를 함양하
고 그윽하게 만드는 방편이다. 고전 읽기는 자기닦달이다. 시쳇말로 느낌을 알기 위해
서 주위에 휘둘리지 말고 임하되 반드시 독서삼도의 경지에 이르랍신다.  때는 바야흐
로 秋士悲에, 天高馬肥의 가을인지라 고전삼매경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해진다.

 

이쯤에서 저자의 학문적 커리어를 살펴보는 의의가 있겠다.  짐작대로 저자는 딱 성균
관 유생이다. 이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승정원일기, 고종순종실록, 조선왕조실록 광해
군일기, 한국역대인물종합정보시스템에, 유교대사전 등 수많은 공동저술이 있다. 고전
을 EZ하게 풀어 쓰는 데에 심혈을 기울여 청소년 인성교육에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역시 옛날 고전인지라 고리타분하고 시의에 걸맞지 않는 것도 있으나 향 싼 종이에 향
기 나고 생선 싼 종이에 비린내 나고 고전을 가까이 하면 영혼도 모이스춰링이 되느니.

영혼이모이스춰링, 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