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그림여행                                   

최상운 글 · 그림│샘터 刊

 

책의 표지를 장식한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하늘의 빈센트 반 고흐를 뉘라서 마다할까.
지지리도 벗어나지 못한 가난과 고독함, 그림에 대한 열정,  헌신적인 동생 테오, 정신
발작, 권총자살, 고갱과의 불화의 뒤끝에 스스로 자해로 귀를 짜른 자화상은 반 고흐를
수식하는 상투어들이다. 반 고흐에 들(憑)린 독자도 동생에게 띄우는 서간문으로 멋을
내 볼까나, 그러자.

 

시우야~ 잘 지내는 거지. 오늘은 반고흐 형제의 편지 왕래를 흉내내고 싶어 나의 유일
하고 사랑해마지 않는 동생인 너에게 '고흐의 그림여행' 이라 제목한 책을 소개하려고
한단다. 너도 알다시피 37 세로 권총자살로 요절한 반 고흐가 살던 네덜란드와 프랑스
의 7군데를 쫓아 다니는 저자의 그림여행 책으로 온통 반 고흐의 명화들로 그득하단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의 아카이브Archive에 다름 아니란다. 오죽하면 나에게 초미의 미
술적 관심을 자극하며 유발하기에 너에게도 일독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거야. 

 

시우야~ 요즈음은 누구든지 다 예술여행이라든지 감성여행이라면서 감상을 늘어 놓는
스토리 텔링 책이 부지기수란다.  전문적인 안목도 없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여행의 감
상에 취한 글에 질렸던 차에 청량하고도 디테일한 반 고흐 그림여행 책을 접했단다. 그
것도 문화생산자라는 키워드로 유럽을 툭하면 드나든 저자의 반 고흐 섭렵은 유달랐지.
유럽의 낭만의 대명사인 프로방스 대학 조형예술학과를 나온 저자의 반 고흐 내러티브
라 볼 수 있으니 좀 좋겠니.

 

시우야~ 나는 인쇄 매체나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서 '빈센트 반 고흐'를 접할 때의 열락
감은 홀림으로 전이돼 급기야는 반 고흐 홀릭으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 거든.  홀린다
는 건 우리 말이지만 외래어 홀릭holic 과 맥락이 톻한다는 것은 아마 예술이라서 그럴
거라고 생각이다. 알퐁소 도데의 소설에 잘도 나오는 프로방스 지방을 좋아한  반고흐
는 인상파라기보다 자연주의파라는 게 더 맞을 것 같잖니.

 

편지는 됐고. .  독자의 스마트폰 컬러링은 7년 째 '빈센트 반 고흐' 다.  팝가수 돈 매클
린이 반 고흐를 노래한 유명한 곡이다. 별이 빛나는 밤에 (The Starry starry Night♬)로
시작하는 팝송으로 친지들에게 각인된지 이미 오래 전이다.  독자의 빈센트 반 고흐 사
랑은 인터넷 닉넴임으로도 쭈욱 이어진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