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퇴화 보고서                               

피터 매컬리스터 지음│이은정 옮김│21세기북스 刊

 

이미 남성의 시대는 아니다. 조심스럽지만 모성사회로의 회귀를 점치는 학자들이 수두룩
한 형편이다. 미스터 유니버스로 대표되는 호모 매스큘리누스 모더니스는 측정인의 취향
과 추억이 돼간다. 마초같은 인간형도 끔찍하지만, 아무리한 루키즘 시대라지만 여성처럼
레깅스 바지와 원색으로 치장한 패션 성향은 심히 마뜩찮다.

 

유니섹스가 커플이라는 미명하에 판치고 꽃미남에 온세상이 현혹되는 세태다. 젠더의 구
별조차 모호한 트랜드로 흘러가고 거의 여성화 돼가는 수컷들이 여러 매체에서 판을 만
들고 놀아대는 모습을 씁쓰레 봐야하는 지경이다. 혹시 남성의 고유한 생식 기능마져 퇴
화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며 남성성의 퇴화를 애니멀리즘 측면에서 퇴화론을 주창하는
책이 흥미진진하다.

 

마초이며 얀티 패매니스트인 조선조 남자들도 남성 퇴화의 한 갈래일 거다. 현대의 한국
남성들 대다수가 질펀하고 신산한 남성 퇴화로 변형적으로 사그러지는 사내들의 남성성
회복에 턴 어라운드가 가능한 지 지대한 관심으로 와닿는다. 남성 중심의 신화는 애당초
붕괴됐다는 저자는 아직도 원시의 흔적이 희미하게나마 남아도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이다. 그 섬같은 대륙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고고학자로,  고인류학자로 다양한 분야에
서 활동하는 중이다.

 

현대 남성에겐 미래가 없는 것일까.  네안데를탈인과 크료마뇽인이 이 책의 서두부터 나
온다. 그들 원시 호모 족들처럼 수렵과 사냥과 노략질을 버리고 어줍잖은 펜으로 입으로
먹고 사는 메카니즘을 바꾸는 순간,  남성의 시곗바늘은 멈춰다는 저자의 하드 보일드한
결귀는 이 책의 전부를 흐르고 있다. 오래간만에 밑줄 그어가며 읽은 책이다.

 

세태를 개탄하는 마초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마치 마주 보고 말하는 양, 골치 아픈 부분
은 그냥 몇 문단 쯤은 건너 뛰라는 친절을 베풀기도 하는 수려한 레토릭을 구사한다. 문
장이 엔터테인먼트로 술술 읽히지만 역시 어려운 곳이 허다하다.  결론삼아 이야기지만,
다시금 호모족의 조상인 네안데르탈렌시스가 수렵과 동굴생활을 하던 시대로 돌아갈 수
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남성들의 의기소침한 여성화에는 딱히 숄류션이 없다니.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