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 지음│우창헌 그림│쌤앤파커스 刊

 

승려랍신다. 미국 유수의 대학을 거친 종교학 박사로 햄프셔대 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혜민 스님은 이시대에 진정한 스님이라고 익히 들은 바. 혜민 스님은 혼자서 도만 닦는
것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함께 행복해야 한다는 대승적인 생각으로 시작한 현대판 사발
통문인, 트위터가 놀라운 속도로 리트윗되어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위터리안으로 손꼽히
며 이미 소셜 셀러브리티이다.

 

장안에 꾸준히 화제가 되는 안철수 교수에게 정치판에 뛰어 들라고 채근하는 또 한 명
의 스님인 정치 탁발승과는 격이 다르고 구도의 길조차 아예 달리한다. 진정한 사색의
승려인 혜민 스님의 책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을 화두로 쾌척한다.

 

물질은 진보하고 정신은 상실된 시대에 일용할 양식이 되는 책이 가끔은 있게 마련이
다. 사색의 결과 미감을 증대시키고 사색의 외연을 슬며시 넓혀주는 책은 참 좋드라.
온통 사회가 경박해지고 삶이 고단해지는 끝에 분노의 정서가 가득한 지금 궁극의 해
법과 성찰의 지침은 사색에서 찾아야 한다는 걸 게다.

 

스님의 글은 미문장도 아니다. 스님은 독특하다면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이며 미국 동부 아이비리그 하버드를 다니다가 출가하여 승려가 됐고 미국의
대학 교수이며 박사이니 아니 그렇잖은가.  짙지만 경쾌한 사유로 농익은 글과 세련된
글맛에 비해서 너무 젊다는 점이 의아하지만 이내 빠져들며 헤드 뱅잉을 유발한다.

 

아무 장이나 스윽 들쳐도 흙내음 짙은 글이다. 마치 어느 호젓하고 고즈넉한 산사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 같은 해맑은 문자향이 넘친다. 수필은 청자연적이라지만 혜민 스님
의 말씀은 절간의 풍경이라니까. 인생이 고단하고 삶이 팍팍한 현대인들에게 멘토링이
되기도 하고 뿌리깊은 나무 그루이기도 하며 구루guru인가, 되새기며 읽는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세요 잠깐 멈추고 나에게 물어보세
요. 지금 내 마음이 바쁜 것인가, 세상이 바쁜 것이가를. 수행자는 세상과 다투잖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