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난로, 구들방을 데우다

이화종 글·그림│시골생활 刊                     

 

방금 도착한 책을 에피타이저로 맛을 보니 방구들과 벽난로는 환상의 조합이며 가히
동, 서양의 융합적 난방이라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난다긴다 하는 현대적 건축가들은
왜 도입하지 못(안)했는지 궁금하다. 어지러운 해체주의거나 직선과 직선으로 만나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현대 건축의 삭막한 정갈함에 데이고 넌더리 치는 독자에게
신선한 발상으로 다가온다. 옳커니~!

 

방구들은 드러내고 자랑 할만한 우리네 문화이며 또 하나의 한류를 떨칠 펀더멘탈로
손색이 없는 유구하고 고유한 난방방식이다. 벽난로는 서구의 빼치카 문화이니 저자
의 벽난로+구들방 조합은 동·서양 난방의 훌륭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며, 근
래에 화두가 되는 융·복합이 아니겠는가. 장안의 짓가를 올리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 안철수 교수가 화들짝 반길 게 뻔하다. 융합이 뭐 벌 건가,

 

구들은 열의 대류와 열의 전도, 열의 복사까지 골이 고른 난방에 취사까지 한번에 해
결하는 보온병과 같은 에너지 효율면에서 스마트한 난방 장치다. 우리네 조상들의 지
혜가 어디 한 두가지인가.

 

누구나 산촌에 사는 꿈은 여전하지만 형편이 여의칠 않아 탈도시를 못하는 게 현실이
다. 심인을 자극을 주는 산촌 에세이에 다름아니며 그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인간답게
사는 산촌의 교향곡 책이다.  저자가 이루고 가꿔나가는 산촌에서 살아가는 방법론적
인 세세함에 독자는 따라 하려는 욕구를 품는 것 조차도 마뜩찮다.

 

마치, 산촌생활과 자연 주택의 바이블 같은 책을 주로 펴내는(?) 출판사 시골생활에서
이미 발간된 로이드 칸의 '셸터'와 '빌더'와 맥락이 통하는 '벽난로와 구들방을 데우다'
책은 저자 이화종의 구들방 철학의 디테일은 저절로 해드 뱅잉을 일으킨다. 직접 그린
그림들도 시골스럽고 다정하다.  자로 잰듯, 건축도면이 주는 차가움을 배제한 파스텔
톤 그림이 쉽게 이해된다. 과학적인 그딴 도면들이 외려 일반인에겐 이해난이었거든.

 

벽난로와 방구들을 시공하는 데에 엄청난 도움을 주는 저자의 경험과 시행착오의 결
과물이 들어찬 50분 분량의 CD도 첩부돼 있으니 이 벽난로가 구들을 데우고 몸과 마
음도 함께 데워준다. 겨울밤에 따듯한 방바닥만큼이나 널널한 가치가 있든가. 과도한
비약인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온돌 방바닥은 곧 정체성이다.

 

훌훌 털고 귀거래사를 읊조리며 낙향하여 시골생활을 구현하는 데에 더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