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그 첫 5,000년                     

데이비드 그레이버│정명진 옮김│부글books 刊

 

이런저런 결제 수단으로 카드를 긁을 때마다 빚을 진다는 기분이 드는 요즘에 개인적
으로나,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경제적으로도 시의적절한 책을 접한다.  아담 스미스의
고전적인 경제 이론도 표절이라는 저자의 주장에 솔깃해 급하게 에피타이저로 책장을
넘겨 보지만 세계경제의 경쟁적 와중에서 미국의 채권과 금리 등락에 일일히 반응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영원한 부채인으로 그 디테일이나마 샅샅히 흝어 보기로.

 

인류가 원시 채취 수렵시대를 지나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화폐 이전의 물물교환시대
부터 부채는 필연적으로 생성된다. 생활패턴이 진화하면서 부채는 다양해지고 복잡해
진다. 부채의 역사는 곧 경제의 역사이며 돈이 있기 전에 이미 신용화폐로 인간관계를
형성했다는 저자의 주장은 이미 글로벌 위기(빚내서 집을 사는)로 여실히 명징하게 증
명되었다. 세상에 돈이 있기 전에, 집이 있기 전에 거기에 부채가 있었다는.

 

기독교와 빚의 함수관계도 살펴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플라톤이 노예로 팔려가기 전
에 몸값을 대체해 준 은인에게 빚을 진 일로 인해 그의 철학 세계가 로선이 변경돼 슬
쩍 비켜간다는 얘기는 자못 흥미롭다. 대철학자도 빚에는 초연할 수 없을만큼 빚은 자
고로  양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대하도다.

 

인류의 역사는 빚을 거론하면서 자본주의를 빼먹을 수는 없다. A.토인비는 역사를 도전
과 응전의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인류의 역사는 투쟁의 역사라 규정했다, 이 부채의 저
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인류의 역사는 부채의 역사다'라고 규정해 버리니 학문의 세계
에도 시차는 있지만 콜라보레이션은 언제나 유효하겠다.

 

이 방대한 부채에 관한 모든 것을 다룬 이 책은 다른 경제학서보다 선행적으로 읽어야
하는 소이가 있다. 저자는 저명한 인류학자다, 부채를 인류학적 측면에서 들여다 보며
부채의 근원과 배경까지 공부를 시킨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 상인에 대한 언급이 없
지만 고리대금업자는 피에 굶주린 상어이며 사악한 유태인라는 왜곡된 인식을 설명한
다. 현재도 사악한 고리대금업자는 니즈에 의해 번창하는 중이니 달리 솔류션은 없다.

 

이 책은 두고두고 롱텀으로 뒤져볼 부채의 두툼한 아카이브로 경제지식의 공급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