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술산책 가이드                      

류동원 심정원 지음 마로니에북스 刊

이제는 미술을 하는 것 만큼이나 그림을 보러가는 것도 힘이든 세태다. 미술관들이
아파트처럼 나란히 모여 있으면 그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편할 게라는 편한
생각을 해보던 차에 서울에서 미술산책을 할 수 있는 가이딩북을 만나니 우선 좋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협업이다. co- 출연, 경연, 합작, 공동작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 책을 설명하는 데에 안성맞춤인 말이다. 저자들은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
학과를 나온 류동현과 홍익대 미술대학에서 예술학과 미술사를 전공해서 양의 동서
고금을 통털어 접근한 심정원 두 명이다. 이 책은 그들 협업의 결과물이다.  서울에
산재한 미술관들을 인디아나 존스처럼 탐험하는 스릴도 상당하리라. 천문학과 고고
학, 미술, 음악, 역사를 아우른 디스커버리는 꼭, NASA든지 내셔날 지오그래픽 채널
만 하라는 법이 있나.

됐고, 서울은 여러모로 축복받은 도시지만 미술관이 인구대비 태부족하다는 점에서
는 구질구질한 편이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관제 미술관 말고도 메디치가를 버
금하는 사제 미술관은 간송 미술관 뿐이 더 있나. 그러면 모자라는 것이고 지는 거다.
다행히 저자들의 각고의 노고로 그나마 미술사조의 핫 트렌드를 알게는 됐으니.

푸석해진 영혼을 촉촉한 시서화로 코팅하고, 메마른 세태에 쩌든 에스프리를 릴랙스
시킨다. 뭣보다 교양적 측면에서 미술적 안목을 진작시키는 그들의 안내로 나다닌 미
술산책은 정서적으로도 유익했다. 심미안도 자주 들여다 봐야지 외연이 확대되는 것
이지 뉘라서 꼭 찝어 주는 것은 아니드라. 이 서울 미술산책 책은 적어도 미술관을 찾
지 못하고 헤매고 나다닐 때에 내비게이터로, 코스 별 콘사이스로 써먹기에 좋으렸다.

다행히 국력에 걸맞게시리 오르세, 구겐하임, MoMA 따위가 주는 볼륨은 없지만 우
리네 미술도 인프라로 호림, 리움이나 용산 국립미술관은 남못잖다. 미술관도 콘테츠
가 좌우한다는 것쯤은 초심자도 안다. 해괴한 해프닝이나 벽지와 분간이 안되는 것들
은 배제하고, 서정과 낭만과 해학과 감동이 이는 미술품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미술관
이 더 많다면 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