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                

손철주 지음 현암사 刊

옛 그림에 관하여 쉽게 읽히는 책이 주는 감흥은 문장적 카타르시스가 없어도 그 무엇과
댈 게 아니건만 하필 문장력도 좋으니 시·서·화에, 문·사·철은 몰라도 문·예·체도 아우른다.
물과 산은 다투지 않고 구름은 매이지 않으니 산수화일진대, 동영상이 아니라 두고두고
롱텀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푸석해진 영혼을 정화할 수 있으니 더 없이 좋으리라.

겸재 정선의 '꽃 아래서 취해'는 저자가 봄이 오면 서러운 노인이라는 제목으로 설명한다.
봄이 오면 꽃이 앓읆 긑에 꽃을 피우니 꽃몸살이지만 노인은 두보가 읊듯, 노인은 꽃을
보면 눈물짓고 입만 열면 탄식투성이라며 꽃잎이 뭬가 그리 급해 그리도 흩날리느냔다?
독자가 늙어보니 늙음이란 양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애절하고 회한이며 . .해서 봄앓이
가 힘겹도다. 그러니 젊었을 때에 노인을 공경해야 할 텐데 요즈음의 지하철은 엉망이다.

이 옛 그림 보면 옛 생각 난다는 책이 좋아 절로 좋아하다가 저자 손철주를 소개할 틈이
없어질까 봐 서둘러 앞장으로 간다. 저자 손철주는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에 이어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와 꽃 피는 삶에 홀리다' 등등의 필모그래피가 말하듯이 한시에 능하고
그림과 붓글씨를 잘 그리고 쓰고, 말술만 있으면 썩 잘노는 풍류를 아는 한량성 저널리스
트이며 미술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지금도 학고재 주간으로 있다니 가히 알만 하다.

잘 써진 책은 읽기도 편하지만 독후감 쓰는 버룻이 있는 우리에겐 퍽이나 반가운 법이다.
글 줄 꽤나 읽었을 게 틀림 없는 작가의 글을 보는 건 지적인 사치이며 향유며 따라하고
픈 동기를 유발한다. 일테면, 개혁 군주로 매김한 정조의 파초도芭蕉圖를 놓고 생전 듣
도 보도 못한, 옛 그림에 걸맞는 옛 어휘들이 분분히 난무한다. 차라리 고어 사전이라 해
도 넘치지 않는 다 옛 그림을 옛 말로 풀어주니 문예 취향이 깊어만 간다. 그림은 어쨌든.

되게 좋은 책이란, 모름지기 배울 게 많아야 하잖겠는가. 말미에 화가 소개는 또한 간편
콘사이스다, 바쁜 세태에 쟁쟁한 옛 화가들의 프로필을 간략하게나마 챙길 수 있어 좋다.
책장에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심심하다싶ㅎ으면 뒤져 보게끔 해 둘만한 책이다.
우리네 옛것의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 준 책다운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