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이충렬 지음 김영사 刊

어쩔 수 없는 것 빼고는 전부 컬러풀하다.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순간들을 비쥬얼
로 보면 별 문제 의식 없이 경쾌하게 읽힌다.  이미지가 주는 전달의 속도는 이해도 빠
르다. 현대인들은 근대와 모던을 동일선상에서 헤아리고 있다. 이 책은 쓰라린 식민지
의 회한을 비롯한 다사다난한 한국근대사를 희귀 사료와 정확한 자료와 그림을 곁들인
히스토리텔링이다. 그림의 탁월한 해석 능력으로 대중 역사서의 모델 역활로 역사물도
다양한 방식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거구나' 한다.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그림이라는 안중근 의사의 하르빈역에서의 이등박문을 저격하는
장면과 지금은 없어졌다는 내금강산의 마하연, 임꺽정전으로 유명한 벽초 홍명희의 김
일성과 함께한 사진 등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동란과 박정희의 쿠데타로
마감하는 한국 근대사에 대한 저자의 이데올르기에 상관 없이 탁월하고 집요한 해석은
후학에게 그 시사하는 바 크다.

저자는 서울에서 나서 미국으로 건너갔다. 상금도 아리조나 주 피닉스에 자리잡고 산다.
이국에서 보내야 했던 시간을 그림 모으기로 메꾸었으며 국내외 화가는 물론 당시의 문
헌 신문기사 자료 등을 모아 그 결과물로 국내에서 전시회를 성공리에 열기도 했다. 저
술활동도 다양해서 '간송 전형필'로 그 방면의 독서애호가들에게 확실한 각인을 시켰다.
이왕 저자에게 신뢰를 품은 만큼 어젠다성 읽을거리를 계속 롱텀으로 주길 바랄 뿐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충렬의 컬렉션은 전문 박물관에 버금가는 수준작들이며 근대사의 생
생한 자료 그 자체다. 국내 최초의 전쟁기록화, 엘리자베스 키스의 이왕직아악부 소속
악사들의 연주 그림은 풍물을 넘어서는 그 시대의 문화수준과 공연문화를 나타내는 다
큐멘터리다. 조선왕조 500년 전통의 종묘제례악은 그시대 악사들의 노력과 수고로 일
제강점기에도 보존·계승되어 오늘날 유네스코 인류문화무형유산에 등재될 수 있었다는
대목은 사뭇 감동적이다.

지랄같은 우리 근대사를 부정할 순 없어도, 그림으로 보는 히스토리테인먼트는 즐겁다.

그림으로읽는한국근대의풍경, 이충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