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도서관                          

알베르트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세종서적 刊

이 책의, 군데군데 흑백 모노톤으로 실린 도서관 사진들만 봐도 지적 욕구가 동한다.
책은 건축적 사유를 폭넓게 진작시키는 제1의 도구다. 제아무리한 스마트 환경일지
라도 아날로그의 보루로서 책의 가치는 영원하다. 도서관은 지적 외연을 확대하려는
욕구와 지적 허기를 해갈해 주는 지식의 곳간이며 아카이브다.

그러한 맥락에서 알베르토 망구엘은 밤이든 낮이든간 도서관의 진정한 구루 guru다.
그는 가뜩이나 문자향을 좋아하는 예닐곱에 아르바이트를 갔다 책방으로. 거기서 소
년에게 문학적 영감을 부여해주고 장차 작가로 비평가로 번역가로 천착하게 될 소양
을 채워주는 멘토를 만나진다.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눈이 먼 20세기 라틴문학의 대
표 작가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나는 것은 운명적이다. 청출어람은 서양에서
도 통하는 모양이다.

저자는 작가들을 생물학적으로 독서가의 아류로 분류한다. 작가들이 책들 사이에 침
대를 놓고 잠자리를 함께 하며 사유의 틀을 짜고 쓰던 글을 마무리하는 방을 동물들
의 동굴로 표현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그러한 개인적인 공간이 속屬이고 서재는 종
種이란다. 서재는 글을 쓰는 공간이며 자기 성찰과 문학적 공상을 위한 실리적인 공
간이란다. 키케로도 버지니아 울프도 망구엘도 누린 개인 도서관은 시공간을 초월해
마냥 부럽다.

책과 도서관에 관해 독보적인 전문가인 저자는 자신의 집에다 자신만의 퍼스널 라이
브러리를 짓는다. 독서를 밝히는 오타쿠들에겐 최고의 사치다. 멋있는 인생이 아닌가.
그리고는 이런 저런 주제로 도서관에 대한 역사와 에피소드를 곁들인 이야기를 풀어
간다. 이미 그의 독서에 대한 필모그래피는 쟁쟁하다. '독서의 역사',' 독서일기' 등등.

그러한 알베르트 망구엘일지라도 서구 편향의 책만 거들먹거린 부분은 무척 아쉽다.
한국의 지혜를 품은 책은 읽어볼려고 노력한 흔적조차도 없었다, 책에 들(憑)려 살아
왔고 또 살아갈 게 틀림 없는 저자는 현재 살고있는 프랑스에서 산다. 자신에게 예술·
문화 훈장을 준 프랑스가 끝내는 겨워놓고야 만 조선왕실의궤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
는 알까 모를까. 그것이 몹씨 궁금하다.

밤의도서관, 독서의역사, 독서일기